[댓글 파문] ③ 댓글기능 폐지·제한·유지…외국언론 대응 제각각
BBC·로이터 등 제한 또는 폐지…세계 언론 82%는 기능 유지
"댓글 관련 정책, 나라별·문화별 특성·상황 반영돼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최근 영국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윈드러시 세대'(Windrush generation)의 강제추방 논란이 화두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재건을 돕기 위해 영국으로 이주한 영 연방 소속 시민들인 '윈드러시 세대'가 영국의 강화된 이민 규정 하에서 불법 이민자로 추방될 위기에 처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의 대표적인 진보 일간지인 가디언은 연일 '윈드러시 세대'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해당 기사에는 대부분 댓글창이 없다.
거의 매일 보도되는 브렉시트(Brexit) 관련 기사도 마찬가지다.
가디언은 지난 2016년 이민, 인종과 같은 논쟁을 초래할만한 주제와 관련해서는 댓글을 허용하는 기사를 줄이기로 했다.
가디언이 자사 온라인 사이트에 남겨진 7천만개의 댓글을 분석한 결과 여성과 소수집단에 대한 괴롭힘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 제한 결정에 대해 당시 가디언의 독자 담당 주필인 메리 해밀턴은 "댓글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피드백하기 위한 것"이라며 "토론이 모욕적인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신 건설적인 토론이거나 독자들의 전문적 지식이 저널리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 독자들이 가디언 사이트를 세계와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댓글을 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디언의 스포츠나 문화,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섹션에 속한 대부분의 기사에는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린다.
영국의 대표 공영방송 BBC 역시 비슷하다.
BBC는 개별 기사에 대한 댓글창 대신 전자게시판을 두고 독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자게시판의 토론은 스팸 방지를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폐쇄된다.
논의가 주제와 관련이 없어져도 마찬가지로 더는 의견을 개진할 수 없다.
댓글의 순기능 중 하나인 제보 및 기사 아이디어 제공을 위해 BBC는 특정 기사에는 독자의 연락처 등을 남길 수 있도록 한 뒤 담당 기자가 접촉하고 있다.
독일의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댓글창을 닫는 대신 하루에 서너 개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열었고, 뉴욕타임스는 전체 기사의 10% 정도만 댓글을 허용하고 있다.
댓글 기능을 아예 없애는 언론 역시 늘어나고 있다.
영국의 글로벌 통신사인 로이터는 2014년 11월 댓글 폐지를 선언했다. 기사 관련 논의와 비평 활동의 공간이 이미 소셜미디어로 넘어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영라디오방송인 NPR은 "댓글이 대다수 이용자들에게 유용한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2016년 8월 온라인 댓글을 없애기로 했고, 유명 테크놀러지 전문 매체인 '리코드(Recode)', 미국의 유망 인터넷 언론사 '마이크(Mic)', 유력 과학기술 매체인 '파퓰러 사이언스'도 댓글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언론사는 독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댓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가 지난 2016년 46개국 78개 단체를 대상으로 분석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언론사의 82%는 댓글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절반 이상은 모든 기사에 댓글을 허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댓글이 논쟁 활성화는 물론 기사 아이디어 제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신봉하는 언론사가 소통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댓글 허용 여부, 댓글에 대한 관리는 나라별·문화별 특성, 언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세계신문협회 보고서는 "언론사 댓글 정책과 관련해 단일한 최상의 방법은 없다"면서 "개별 언론사는 다른 독자층과 문화, 사업적 도전에 처해 있으며, 법적·사회적 제약과 기대 역시 다르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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