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출신 美판사 "기업들, WTO 제소보다 직접소송이 효율적"

입력 2018-04-23 15:23
한인출신 美판사 "기업들, WTO 제소보다 직접소송이 효율적"

"연방통상법원 판결은 유사 사례에도 적용…소송하면 WTO보다 신속"

오바마 정부 통상전문가로 활약한 제니퍼 최 그로브스 판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이나 처분에 대해 국내·외 기업들이 낸 소송(국제통상소송)을 담당하는 미국 연방 국제통상법원(CIT) 판사가 방한해 소송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주의해야 할 사항을 소개했다.

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뉴욕주변호사협회 2018 지역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제니퍼 최 그로브스(Jennifer Choe-Groves) 미국 국제통상법원 판사는 기자간담회에서 "CIT 판결은 다른 유사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이나 처분을 놓고 어떤 기업이 낸 소송에서 CIT가 판결을 내렸다면, 이와 같은 취지로 소송을 내는 다른 기업의 사건에도 판결 내용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의미다.

특정한 상품에 미국 정부가 매긴 관세를 놓고 여러 기업이 소송을 냈다면 그중 하나의 사건을 골라서 CIT가 판결을 내리고, 그 판례가 다른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그로브스 판사는 설명했다.



그는 국제통상마찰과 관련한 분쟁을 주도적으로 판단해 온 세계무역기구(WTO)보다 CIT가 더 간편하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로브스 판사는 "기본적으로 WTO는 국가 간 통상분쟁을 해결하는 기구이고, CIT는 기업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곳"이라며 "WTO의 분쟁해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CIT는 진행과정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WTO에 제소하려면 기업이 자국 정부를 설득해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지만, CIT에는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과 처분에 이의가 있는 기업이 언제든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절차가 수월하다는 의미다.

그로브스 판사는 "CIT 소송에 한국 기업의 이익이 관련돼 있으면 한국 정부가 (소송 참가자로) 관여할 수도 있다"며 "CIT 소송에서 미국 정부가 패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인 출신인 그로브스 판사는 1994년 뉴욕 검사로 법조계 생활을 시작해 오바마 정부 시절 연방 무역대표부에서 지식재산권 시니어 디렉터로 근무했다.

통상전문가로 입지를 다지다 2016년 아시아계 최초로 연방법원 격인 CIT 판사에 임명됐다. 미 연방법원에 판사로 임명된 한국계는 지금까지 총 4명이며 현재는 그로브스 판사를 비롯해 3명의 판사가 연방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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