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소로스 쫓아낸 헝가리 총리 "싸움은 계속된다"

입력 2018-04-20 17:44
수정 2018-04-20 18:25
'눈엣가시' 소로스 쫓아낸 헝가리 총리 "싸움은 계속된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눈엣가시' 같았던 조지 소로스(87)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헝가리 시민단체들을 지원해왔던 미국인 부호 소로스는 열린사회재단(OSF) 부다페스트 사무실을 8월 말까지 정리하고 베를린에 새 사무실을 열기로 했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MR1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로스 재단 사무실 폐쇄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내가 펑펑 울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승리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또 소로스가 헝가리에서 나가더라도 그의 자유주의 이념과 싸우는 것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와 헝가리계 미국인 소로스의 악연은 오르반 총리의 청년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반공산주의 활동에 앞장섰던 오르반 총리는 젊은 시절 소로스 재단의 지원을 받은 '소로스 장학생'이었다.

그러나 1998년 35세의 나이로 총리에 취임했던 그는 보수층을 잡기 위해 우파로 돌아섰고 2010년 재선 이후에는 소로스와 거리를 두면서 그의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들도 견제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난민 위기가 불거진 2015년 이후에는 소로스를 정적으로 규정하고 그가 난민을 헝가리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오르반 총리는 소로스가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중앙유럽대학(CEU) 폐쇄도 추진했다가 미국, 유럽연합의 반발로 한발 물러섰다.

이달 8일 치른 총선 전에는 난민과 소로스 때리기가 극에 달해 부다페스트 시내 곳곳에 소로스를 비판하는 광고물이 내걸리기도 했다.

여당 피데스는 난민 이슈를 지렛대로 삼아 총선에서 개헌 가능한 3분의 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재단 사무실 철수 결정으로 소로스는 결국 오르반 총리에게 두 손을 든 셈이 됐다.

오르반 총리는 올 6월 유럽정상회담에서 난민 정책을 크게 손대서는 안 된다면서 내년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