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진상조사위 '국가예술위 설립안' 놓고 찬반 팽팽
"예술정책 자율성 위해 분리해야" vs "정치권력 종속 심화시킬 것"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대책으로 제시된 '국가예술위원회 설립안'을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의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진상조사위원회는 18일 서울 KT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안) 공개토론회'에서 공공기관들이 조직적으로 예술인들을 검열하고 지원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문체부 내 예술지원과와 예술지원기관 사이의 위계적인 직렬구조를 지적하면서, 문체부의 예술정책기능을 담당할 독립기구로 '국가예술위원회'(가칭) 설립을 권고했다.
이원재 진상조사위 제도개선위원장은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문체부의) 장르별 예술지원 부서를 폐지하고 예술정책을 독립할 것을 권고한다"며 문체부 내에 추진단을 구성하라고 주문했다.
진상조사위의 권고안에 따르면 국가예술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처럼 법적으로 독립적 지위가 보장되는 예술현장 중심의 합의제 위원회로 설립된다.
하지만 문체부는 국가예술위원회가 예술정책을 정치권력에 더욱 종속시키고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토론 패널로 참여한 강정원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은 "국가예술위원회는 국가권력의 간섭에서 탈피해 민간 예술 분야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구지만, 현재 민간기구로 존재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를 정부기구로 만드는 결과여서 정치권력에 대한 종속이 더욱 심해지고 창의성과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술정책 기구가 별도로 존재할 경우 문체부가 맡는 장르들과 분리돼 부처간 협업, 갈등의 문제가 생길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 과장은 또한 국가예술위원회가 모델로 삼는 인권위와 방통위는 정책 기능이 아니라 조사와 규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 성격이 다르고, 인권위와 방통위 설립 후에도 자율성 보장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또다른 토론 패널인 김기봉 문예위 위원과 홍기원 숙명여대 교수는 국가예술위원회 설립안을 지지했다.
김기봉 위원은 "당장 문예위원장이 공석인데도 선출할 권한이 없는 등 문예위는 안고 있는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권한과 능력이 없다"며 "국가예술위원회 설립에 찬동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기원 교수는 "정부가 주도하는 진흥 위주의 예술정책에서 벗어나 왜 예술이 존재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인선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예술위원회는 원론적으로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반면 토론 패널인 강경석 문화평론가는 인사와 예산 관련 제도개선이 우선이고 국가예술위원회 설립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국가예술위원회가 다른 논의를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확정해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숙의 과정을 거쳐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인사와 예산 분야에서 단계적인 과제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반영한 최종 권고안을 5월 8일 대국민보고 행사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작년 7월 말 출범한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9개월 동안 진행해온 조사 활동을 이달 말 마무리하고 다음 달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조사결과와 활동 내역을 담은 블랙리스트 백서도 7월까지 발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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