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남한 체류기간 길수록 만족도·적응성 하락"

입력 2018-04-17 12:00
"탈북민, 남한 체류기간 길수록 만족도·적응성 하락"

KDI 북한경제리뷰, 북한 이탈 주민 적응 실태 연구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탈북민의 남한 체류 기간이 길수록 만족도와 적응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권·최창용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7일 'KDI 북한경제리뷰' 4월호에 실린 논문 '탈북주민의 가치관, 적응도 및 삶의 만족도'에서 탈북민의 가치관과 사회 적응성에 대해 연구했다.

이 연구는 2003년 이후 탈북한 20세 이상의 탈북민 1천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설문에 대한 답변은 1점(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5점(매우 그렇다)까지 5점 척도 기준으로 측정됐다.

설문 결과 남한 사회의 적응성은 체류 기간이 5년 이하와 10년 이상일 때를 비교하면 대체로 0.1포인트 내외로 하락하거나 변동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적응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논문은 "체류 기간이 늘어남에도 적응도와 만족도가 오히려 하락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보다 구조적이고 상위의 대책이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조언했다.

탈북민의 창의 혁신성도 체류 기간이 늘어날수록 저하되는 경향을 보였다.

탈북민들이 남한 정착 이후의 사회 부적응에 따른 심리적 좌절과 금전적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점차 보수화한 영향이라고 논문은 분석했다.

논문은 탈북민들이 순조롭게 남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채용 확대, 가족 단위의 창업 지원, 탈북 청소년 교육기회 확대 등 생애주기별·맞춤형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민 체류 기간이 길수록 사람과 제도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북한 이탈 주민의 사회적 자본'이라는 논문에서 낯선 사람에 대한 탈북민의 신뢰도(값이 적을수록 신뢰한다는 뜻) 최소 값은 2.95로 남한 주민의 신뢰도(3.08)보다 더 낮았다.

다시 말해 남한 주민이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보다 탈북민의 신뢰도가 더 높다는 뜻이다.

기관의 경우 남한 주민은 주로 정부, 종교기관, 사법부, 언론, 국회 순으로 신뢰했지만 탈북민들은 정부, 사법부, 종교기관과 국회, 언론 등으로 신뢰도가 높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제도에 대한 탈북민의 신뢰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동독의 낮은 신뢰 수준이 통일 이후 서독의 높은 신뢰 수준으로 수렴하는 모습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탈북민의 사회적 관계망도 정착 이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착 이후 10년이 지나면 사회 관계망의 위기를 경험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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