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드루킹 출판사·여론조작 자금·매크로 입수경위 추적할까
'산채' 느릅나무출판사 8년간 출판한 책 없어
네이버 차단시스템 '무력화'한 매크로 입수 경위도 '의문'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드루킹' 김모(48·구속)씨가 조직적으로 포털사이트에서 여론조작 활동을 해온 사실을 확인한 경찰이 조작 활동에 사용됐을 자금 출처를 확인하는 데까지 수사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16일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씨 등 민주당원 3명은 올해 1월 17일 네이버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성 댓글에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600여개의 '공감' 클릭을 해 여론조작을 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김씨 등이 이전에도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은 일단 1월 17일 이뤄진 범행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이 공직자가 아니라 일반인인 만큼,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이날 범행을 제외한 다른 의혹들은 현재로서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경찰 입장이다.
그러나 김씨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여론조작을 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그가 어떤 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조작 활동을 이어왔는지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씨가 여론조작 '작업장'으로 쓴 곳은 그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과 건물 1층 카페다. 그런데 이 출판사는 지난 8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출판한 적이 없다.
출판사 사무실에서는 매일 20∼30명이 모여 여론조작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선 전부터 조직적 여론조작을 한 것으로 보이는 김씨가 전기료, 인건비 등 각종 경비를 어디서 충당했는지 규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씨 등이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서 작동이 가능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운다.
매크로는 컴퓨터를 이용해 특정한 명령어를 반복해 자동으로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
매크로를 이용하면 일일이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마우스 클릭을 하지 않고도 미리 지정된 여러 아이디로 로그인·로그아웃을 거듭하며 지정한 댓글에 반복적으로 추천할 수 있다.
네이버는 아이디와 인터넷주소(IP) 등을 식별해 댓글 조작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김씨가 사용한 매크로는 이런 기능을 무력화하고 600여개의 '공감' 클릭을 하는 데 성공했다.
김씨가 어떤 경로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입수했는지 경찰 수사에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모씨 등이 매크로를 활용해서 여론을 조작했느냐가 핵심"이라면서 "이후에 연관된 다른 여죄나 동기, 목적을 수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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