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치면 러시아와 충돌 우려"…트럼프의 공습 딜레마(종합)

입력 2018-04-12 17:03
"시리아 치면 러시아와 충돌 우려"…트럼프의 공습 딜레마(종합)

호언장담에도 48시간 시한 넘겨…시리아, 공습 피하려 러 기지로 항공기 이동

"러시아인 숨지면 전면전 초래 위험도"…동맹국들과 조율도 시간 걸려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받는 시리아에 군사 공격을 공개 경고했지만, 실행에 옮길 경우 러시아와의 전면전 등을 초래할 위험도 작지 않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앞으로 24~48시간 이내에 어떤 중대 결정을 할 것이다. 우리는 그 결정을 매우 빨리 내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틀이 지난 11일에는 "멋지고 새로운, '스마트'한 미사일이 갈 것"이라며 호언장담까지 했다.

이 때문에 미국 안팎에선 시리아 공습이 임박했다는 해석이 분분했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응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 중인 군사 옵션은 전문가는 물론 외교관들을 우려케 하는 모든 종류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뒤늦게 시리아전에 새로 개입하는 것은 이미 시리아, 러시아, 이란, 미국, 터키, 쿠르드 반군이 가세한 '지구에서 가장 불붙기 쉬운 전장'에서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평가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상공 밖에서 유인 항공기 사용을 승인할 경우 러시아 현대 방공시스템의 위협에 맞닥뜨릴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 트윗은 해놓고 실천은 늦추면서 시리아와 러시아, 이란 동맹국이 보복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준 셈이 됐다.

두 명의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시리아 군대가 최근 주력 항공기 일부를 러시아 기지로 이동 배치했다고 전했다. 미군이 시리아를 공습하더라도 러시아 기지만큼은 공격을 주저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러시아 사령관들도 미군의 공습에 대비해 군병력을 이동시켰다.

앤드루 태블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WINEP) 연구원은 "시리아 전역에 러시아인이 많이 있다. 그들(러시아)은 거의 모든 시리아 기지에 자국민이 있다고 말한다"면서 "만약 러시아인을 살해했다가는 러시아와 맞대응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도 시리아 타르투스항에 운영중인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던 자국 군함들을 해상으로 소개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위성 감시회사 '이미지 새틀라이트 인터내셔널'(Image Satellite International:ISI)은 위성 사진 판독 결과 타르투스항의 러시아 군함들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전에 촬영된 사진에는 7척의 군함과 2척의 소함정, 2척의 디젤 잠수함 등이 항구에 정박해 있었으나 지난 11일 촬영된 사진에는 잠수함 1척을 제외하고 다른 군함들은 모두 사라졌다.

ISI는 "현재 사라진 군함들은 조만간 있을 수 있는 공습에 대비해 바다에 전개돼 있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보다도 시리아에 주둔한 이란 군이 공격당하면 군사적 위험이 고조될 수 있다.

동맹국과의 조율 문제도 걸림돌이다. 독자적 행동처럼 비치길 원치 않는 미국은 동맹국들과 합동 작전을 희망하지만 통상 합동 작전은 준비 기간이 더 오래 걸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24~48시간 이내'라는 시간제한을 걸었지만 정작 이 시한이 지나도록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못한 것은 프랑스, 영국 등 동맹국과의 조율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과연 시리아 정부에 얼마만큼의 타격을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미국은 한차례 공습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공습이 과연 지난해보다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는 의미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공습의 타깃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 작전이 잘못되면 외교 악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NYT는 강조했다.

예컨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임기에 화학무기 생산 시설로 추정되는 수단의 제약공장을 공격했는데 이는 나중에 화학무기 관련 시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다국적군 일원으로 코소보 공습 작전을 감행하던 중 베오그라드 중국 대사관을 오폭해 중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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