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비극' 여순사건도 70주년…진상규명 한 목소리

입력 2018-04-03 15:32
'민족사의 비극' 여순사건도 70주년…진상규명 한 목소리

문 대통령 "제주 4·3 완전한 해결" 발표에 기대감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제주 4·3'과 함께 한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기록된 여순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추진될지 관심이다.

3일 열린 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제주 4.3과 함께 촉발된 여순사건도 국가 차원 진상 규명과 희생자 위령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반란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수많은 민간인과 군경이 숨졌지만, 군인들이 일으킨 반란 사건으로 간주해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 국가 차원 조사가 이뤄지긴 했지만, 보수정권으로 바뀌면서 중단됐다.

18, 19대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이 더딘 가운데 여수시의회가 지난달 29일 여순사건 위령 사업 지원 조례를 제정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여수시는 1억4천6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지역민 명예회복과 상생·화합을 위한 7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념사업은 모든 유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가칭 여순사건 명예회복사업 시민추진위원회가 주관하게 된다.

시민추진위원회가 토론회, 문화제, 학술대회 등을 제안하면 시가 행·재정적 지원을 한다.

여수 민예총과 지역사회연구소 등 2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여순항쟁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도 제주 4·3을 맞아 추모행사를 여는 등 활동에 나섰다.

2일부터 이순신광장 앞에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고 3일 오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추모 문화제도 열었다.

지역 정치권도 여순사건 재조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김유화 여수시장 예비후보는 이날 이순신광장에 차려진 합동분향소를 찾아 "그간 국회에서 무산되었던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촉구한다"며 "정부 차원의 특별법 제정을 통한 희생자와 그 가족의 아픔을 조속히 치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순사건을 주제로 시집 '좌광우도'를 쓴 김진수 여수 민예총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하니 다행스럽다"며 "과거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봄바람이 남쪽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가 화해하고 용서하는 무대를 펼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일 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은 "제주는 국가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한 걸음 다가섰지만, 여수는 시에서 조례를 제정하는 데 그쳐 아쉽다"며 "여순사건도 제주 4.3사건과 같은 국가 폭력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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