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 '영장 없이' 휴대전화 개인정보 복제 논란

입력 2018-04-02 20:03
영국 경찰, '영장 없이' 휴대전화 개인정보 복제 논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도입했다 일부서 계속 사용 중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경찰이 수색영장이나 개인 동의 없이 용의자는 물론, 피해자와 증인 휴대전화 내 사진과 메시지 등을 복제하고 있어 개인정보 불법열람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영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휴대전화 콘텐츠를 다운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를 도입했는데 이후에도 이를 '은근슬쩍'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기는 이스라엘과 스웨덴 기업의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휴대전화 심(Sim) 카드에 접근만 할 수 있으며 개인 삶 전체에 다가갈 수 있다'고 묘사될 정도로 비밀번호나 지문 없이도 이메일과 사진, 암호화된 메시징 앱 대화까지 추출할 수 있다.

문제는 영국 경찰이 명확한 법적 틀에 기반을 두지 않고 이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보호 단체인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Privacy International)'은 경찰이 범죄 용의자와 피해자, 증인에게 수색영장을 제시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정보를 빼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내 47개 경찰 조직 중 26곳이 해당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곳은 기기를 시범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었고, 나머지는 답변을 거부하거나 관련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보급이 보편화하면서 휴대전화는 범죄 수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덩달아 기술 남용이나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기기는 사진 한 장이나 문자메시지 하나만 추출하려고 해도 휴대전화 전체 사진과 메시지를 다운할 수 있도록 기본 세팅돼 있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은 "휴대전화 정보는 적절하고 안전하게 저장돼야 하며, 법적으로 이를 유지할 필요가 없으면 삭제돼야 한다"면서 경찰의 광범위하고 강압적이며 비밀스러운 관행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데이비드 래미 하원의원은 "휴대용 정보 추출기처럼 경찰이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는데 있어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큰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국 내무부는 "경찰은 범죄를 막기 위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제한된 상황에서 조사에 필수적인 데이터 접근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증거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현행 법 하에서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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