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트럼프의 러시아 정책…"체계적 정책개발 능력 결여"

입력 2018-03-27 11:40
'갈팡질팡' 트럼프의 러시아 정책…"체계적 정책개발 능력 결여"

냉·온탕 정책으로 러시아 정책 큰 혼선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불과 수일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재선에 축하인사를 보냈다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번에는 영국에 동조해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함으로써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러시아 외교관 추방은 일단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해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음을 나타내는 신호로 의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나 일부 외교전문가들로부터는 종잡을 수 없는 냉·온탕 정책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전했다.



또 러시아 외교관 추방은 러시아 정책에 관한 한 '게임체인저' 수준은 못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러시아 외교관 추방은 가장 오랜 동맹인 영국과의 연대감 표시이지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속 조치에서도 일관된 태도를 보일지에 대해서도 의회 측은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외교관 추방이 러시아를 국제금융시스템으로부터 단절시키거나 러시아 중앙은행에 제재를 가하는 등의 더욱 효과적인 징벌조치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 DC 소재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CNI)의 드미트리 사임스는 해체 상태인 트럼프 대통령의 혼란스런 러시아 정책에 대해 "이는 강경이나 온건 여부가 아니라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부처 간 체계적인 정책 개발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제공,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군사지원, 러시아의 팽창 전략을 겨냥한 안보방위 전략 공개 등 대러 강경정책을 천명한 바 있다.

미정부 관리들이 미-러 관계를 포스트 냉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난성 언급을 자제해왔다. 2016년 러시아 대선 개입에 대한 특검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개월간 대러 강경책을 주장하는 참모진과 푸틴에 대한 자신의 유화적 태도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러시아를 둘러싼 참모들과의 이견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와 북한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미-러 간에 협력과 신뢰가 가능하다는 환상에 빠져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나 이후 갈수록 공세적이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문제에서 현실과 거리가 있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봅 메넨데스 의원(민주)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회가 7개월 전 가결한 대러 제재를 집행할 것을 촉구하면서 행정부가 오래전부터 국가안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이제 러시아에 대한 태도를 확실히 밝혀야 할 순간을 맞고 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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