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 총기규제 시위로 위기 맞은 미국총기협회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전미총기협회(NRA)가 1871년 창설이래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유대인 로비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위원회(AIPAC)와 함께 미 정계에 최대 로비 단체로 꼽혀온 NRA는 막강한 영향력만큼이나 그동안 숱한 미국 내 총기사건에 따른 비난 여론에도 요지부동의 철옹성을 구축해왔다.
총기소지권리를 인정한 수정헌법 2조를 내세워 자신과 가족을 보호할 최종적 보호 수단임을 강조하는 한편 후원세력인 공화당을 뒤에 엎고 총기와 관련된 각종 통계나 연구결과 공개를 봉쇄해 총기 규제 움직임을 사전 차단해왔다.
그러나 지난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막강한 NRA도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주 말 미전역에서 80여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진 총기 반대 시위를 계기로 NRA의 전통적 위상과 영향력이 쇠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NRA가 의회 로비를 바탕으로 19세기 서부개척시대에나 통용될법한 시대착오적 총기소지 논리를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에다, 총기 규제여론이 최근 미국 사회에 일고 있는 이른바 '미투' 운동 등 인종 및 성차별 반대, 부패 퇴치를 위한 범사회적 운동과 맞물리면서 이전과는 다른 스케일의 저항 움직임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시위 이전에도 이미 NRA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NRA가 아직도 강력한 단체이기는 하나 예전만 못하며 정계를 상대로 한 로비도 이전처럼 먹혀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이 사회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 없고 특히 총기 규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유권자들이 NRA를 낡은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체적으로 총기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주들도 늘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하와이가 주 단위 총기 규제 움직임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들 주에서는 NRA 등의 로비가 전혀 먹혀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정헌법 2조는 총기 소지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나 주 단위 규제에 대해서는 상이한 해석이 있으며 NRA는 그동안 총기규제를 시행하는 지역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왔다.
근래 빈발하는 총기사건으로 자신은 물론 자녀들도 총격을 당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NRA의 로비력에 대지진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여성의 점증하는 권한 강화와 미국 내 인종구성의 변화도 백인들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주 전국적인 총기 반대 시위에 대한 NRA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파크랜드 고교 사건 이후 NRA는 오히려 사회관계망(SNS) 등을 통한 홍보를 배가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으나 주말의 대규모 시위 이후에는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해온 NRA가 시대의 물결 속에 쇠락의 길로 들어설지 주목된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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