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조기 전대 '갈등의 핵' 부상 조짐…홍준표 vs 중진 충돌

입력 2018-03-22 17:37
한국당 조기 전대 '갈등의 핵' 부상 조짐…홍준표 vs 중진 충돌

홍준표, 조기 전대 군불 때기…다시 대표되면 21대 총선 공천권 행사

중진의원, 강력 비판…"홍준표, 다음 총선 공천권 행사 마각 드러내"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자유한국당의 '갈등의 핵'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사실상 대표의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뜻을 보이자, 당내 반홍(反洪) 성향의 중진의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특히 중진의원들이 앞으로 정례적으로 모여 당 운영 방향을 논의하기로 해 향후 홍 대표와 중진의원들의 갈등이 더욱 확산할지 주목된다.



홍 대표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홍 성향의 중진의원들을 겨냥해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 번 당권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실제로 홍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해 반홍 진영의 반대를 누르고 다시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중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헌 제27조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인 경우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홍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하기 위해 지방선거 이후 대표직을 내놓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9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세 자리가 공석이라는 사실도 조기 전당대회 실시를 위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조기 전당대회가 홍 대표의 임기를 연장하고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해 당을 장악하기 위한 '꼼수'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 체제에서 홍 대표의 임기는 2019년 7월까지인데,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해 다시 당 대표로 선출되는 경우 임기가 2020년 6월까지로 늘어나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이주영(5선)·나경원·유기준·정우택(이상 4선) 의원 등 4명의 중진의원들은 22일 간담회를 열어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주영 의원은 비공개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당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달라는 것은 (공석인) 3명의 최고위원을 보임해 최고위원회의를 제대로 개최하고, 당원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당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3명의 최고위원에 대한 보임 없이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또 정우택 의원은 "다음 총선까지도 본인이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마각을 어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홍 대표의 임기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방식을 통해 연장되면 '홍준표의 독주'가 한층 심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대표 취임 이후 최고위원회의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일절 열지 않고 있고,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바퀴벌레', '연탄가스', '고름', '암 덩어리' 등의 거친 표현으로 비난을 퍼붓고 있는 상황에서 홍 대표의 임기가 연장되면 일방통행식 당 운영이 노골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중진의원은 아니지만, 재선의 김진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선거 이후 당권 경쟁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며 "정당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장 공천을 신청한 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총영사는 입장문을 통해 "홍 대표는 대표로서의 자질과 지도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에 선거 대책의 전권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중진의원들이 오는 29일 오전 다시 간담회를 여는 등 당분간 정례적으로 만나기로 하면서 향후 대응 수위가 더욱 높아질지도 주목된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진의원이 전체 20명 가운데 4명(20%)에 불과할 정도로 중진의원 간 결속력이 약하고, 이들 의원이 당내 미치는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아 홍 대표를 견제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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