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신남방정책 초석 되기를

입력 2018-03-22 17:47
[연합시론]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신남방정책 초석 되기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하노이에 도착해 5박 7일 일정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 훈련장을 찾아 '베트남의 히딩크'로 불리며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을 격려하고,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모델로 한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착공식에도 참석한다. 한-베트남 교류의 긍정적 부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이다. 24일부터 이어지는 UAE 방문에서는 우리 기업이 건설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호기 완공식에 참석하고, 현지에 파견된 아크 부대도 격려 방문할 예정이다. 당국은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동남아와 중동지역의 '허브'를 공략하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4월 말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한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짧지 않은 시간을 내 두 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국가적 이익이 걸려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의 교역을 2020년까지 2천억 달러로 확대하는 신(新)남방정책을 천명하면서 아시아 3개국 순방 뒤 4개월 만에 다시 베트남만 방문하는 것은 방점이 어디에 찍혀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후 25년 만에 아세안 국가 중 우리와 교역 1위, 투자 1위, 개발협력 1위 국가로 부상했다. 오는 2020년에는 교역액이 1천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우리의 2위 수출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신 남방정책을 추진하는데 모범사례로 삼을 만하다. 문 대통령이 베트남에 특히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인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격상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려면 우리 측에서도 노력할 일이 적지 않은 듯하다. 베트남 측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무역역조 해결이나 기술이전 등에 대해서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도 민간차원의 사과에만 맡겨놓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사돈의 나라'라면서 국내에서 베트남 이주 여성이나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해 가해지는 차별과 학대도 사회적 문제로 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베트남은 우리처럼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존심이 센 나라로 알려졌다. 그런 나라의 마음을 얻으려면 우리 측에서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UAE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식에는 모하메드 알 나흐얀 왕세제도 참석한다.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올해 말께 실제 가동 수준으로 준공될 예정이나 우리 기업이 맡은 건설 부분은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 당국은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가 참석하는 행사를 통해 원전 완공을 널리 알림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 원전 공사 수주전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 때 UAE와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비공개 군사 양해각서 문제로 논란이 있었던 만큼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의 정상회담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필요도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외교로 안보를 보완하고, 수출로 전체 경제를 뒷받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한쪽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다변화하는 것이 전략적 이익에 맞는다. 이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을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 일관성 없고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겠지만, 균형만 제대로 갖춘다면 다변화 전략은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국가이익을 지켜나갈 수 있는 방책이다. 신 남방정책은 시장 다변화를 겨냥한 것이고, 이번 순방은 그 이행의 첫걸음이다. 신 남방정책이 제대로 이행돼야 문 대통령이 표방하는 한반도 경제지도도 완성돼, 경제를 넘어 외교 다변화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순방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의 기틀이 더 튼튼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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