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물의료현장 '만성 혈액부족'
의료 고도화 따른 수명 연장이 수요 증가 부채질
'인공혈액' 개발 성공, 부족사태 해결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애견이 병에 걸려 수혈이 필요합니다. 도와 주실 분을 찾습니다", "00 병원에 헌혈할 수 있는 개가 있었는데 연락해 보세요".
요즘 일본 인티넷에 거의 매일 같이 이런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 중에는 1만 건 이상 트윗이 이뤄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저출산 등을 배경으로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 사육이 늘면서 일본 동물 의료 현장의 혈액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과학자들이 개 인공혈액에 이어 고양이 인공혈액을 개발한 배경이다.
일본 페트푸드협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일본 전국의 개와 고양이 사육두수는 1천844만6천 마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개가 892만 마리, 고양이가 952만 마리로 고양이가 처음으로 개 사육두수를 앞섰다. 사육두수 증가와 함께 애완동물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도 동물 의료현장의 혈액 부족을 심화시킨 요인이다.
일본 애완용 개의 평균수명은 2011년 13.85세에서 작년 14.19세로, 고양이는 같은 기간 14.39세에서 15.33세로 늘었다. 의료기술 향상으로 애완동물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고령화(?)로 각종 질병에 걸리는 경우도 늘어 혈액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
NHK에 따르면 나라(奈良) 현의 한 동물병원은 수혈용 혈액을 채혈하기 위해 개 10마리를 '도너(혈액기증자)'로 등록해 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애완용 개는 주로 작은 종류여서 채혈을 할 수 있는 큰 개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병원에 기증자로 등록한 10마리 중 실제로 채혈할 수 있는 개는 큰 개 4마리 뿐이다. 게다가 큰 개라도 채혈할 수 있는 양은 체중 10㎏의 개라도 100㏄ 정도에 불과하다. 또 채혈은 부담이 커 늙은 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채혈할 수 있는 개는 1살에서 8살까지로 한정된다. 그나마 기증자로 등록한 개라도 정작 필요할 때 개 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 채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 대비, 사이타마(埼玉) 현 이루마(入間)시에 있는 사이타마동물의료센터는 '혈액공급용 개' 몇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린보 겐지 동물의료센터 원장은 "개 의료도 고도화해 부상 외에 질병 치료와 수술 등으로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매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혈액공급용 개도 채혈에 따른 부담 때문에 한번 채혈하고 나면 한 달 이상 시차를 둬야 하기 때문에 수혈용 혈액은 항상 모자라는 형편이라고 한다.
린보 원장은 "개 주인의 협조로 수집한 혈액을 동결 보관하기도 하지만 보존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 매일 외줄 타기를 하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은 어떨까. 스웨덴의 경우 수술을 받는 개에게 혈액을 제공하기 위한 '개 헌혈뱅크' 네트워크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나라시 나카야마 수의과 병원의 나카야마 회장에 따르면 미국도 대학동물병원이 중심이 돼 자원자의 협조를 받으면서 개나 고양이의 헌혈을 받는 '헌혈용 버스'를 순회 운행하고 있다. 나카야마 회장은 그러나 일본의 경우 작은 개를 기르는 경우가 많아 헌혈뱅크를 만들어도 필요한 양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수의사가 채혈용 개 등을 통해 혈액을 수집, 자기 병원에서 수혈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에 속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채혈한 혈액을 다른 동물병원 등의 시설에 제공하는 건 안전성과 품질을 확인한 후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본 동물 의료 현장이 만성적인 혈액 부족을 면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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