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강화' 개헌안에 재계 "자유시장경제 훼손 우려"
'여야 개헌 대치'에 "지금 평가하는 게 의미 있나" 냉소론도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신호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주요 경제단체와 대기업들은 20일 전체적인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정부 개입 여지를 키움으로써 '자유시장경제'라는 기본 헌법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동반성장 의지에 익숙해 있는 데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재계 전반에 퍼져 있는 만큼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성안 과정에서 '반기업' 조항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계의 기류도 읽혔다.
이와 함께 여야의 극한 대치로 인해 개헌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냉소적인 지적도 나왔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미 경제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과 통제가 상당히 확대된 상황"이라며 "개헌을 통해 경제민주화 명목으로 정부의 시장 개입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 헌법상 기본 원칙인 자유시장경제 질서의 기본정신이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도 "경제민주화라는 큰 헌법 가치가 이미 포함돼 있는데, 세부적인 표현을 추가한다면 정부의 개입 여지만 키울 것"이라며 "이념이 다른 정권이 들어설 경우 또 바꿔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개헌안이 총론만 발표되고 구체적인 조항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며 "현재 분위기로는 이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기업들은 대체로 동반성장, 상생협력이라는 기조에 공감한다면서도 소상공인과 소비자권익 등에 방점이 찍힌 것을 지목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낀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러면서 최근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가 추가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벌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등 어려운 글로벌 환경과 경쟁 심화 가운데서도 지속성장을 위해 혁신과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분배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좋지만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및 상생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에 맞춰 기업 차원의 노력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중소 협력사 지원이나 주주 권익 보호 강화 등 정부 정책 방향을 보조할 다양한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헌안에 이 부분이 담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최상위 법인 헌법의 변화는 하위 법령이나 제도의 변화를 가져오기 마련"이라며 "자칫 시장경제와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간섭하는 다른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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