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포수 고민, 대비 부족했던 구단의 자업자득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롯데 자이언츠는 2008년 신인 1차 지명에서 장성우를 뽑은 이후 한동안 포수를 지명하는 데 상위 지명카드를 쓰지 않았다.
강민호와 장성우를 한데 보유하며 타 팀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던 시기였다. 롯데는 두 선수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장성우는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kt wiz로 팀을 옮겼고,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마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작별하면서 롯데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롯데는 2015년 1차 지명권을 강동관에게, 2017년 2차 1라운드 지명권을 나종덕에게 쓰기는 했지만 뒤늦은 감이 적지 않았다.
롯데가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약점으로 포수 포지션이 꼽히는 것은 이처럼 자업자득인 측면이 없지 않다.
강민호가 버티고 있을 때 포수 대비를 해놓지 않았던 롯데는 확실한 주전 포수 없이 올 시즌을 맞는다.
포수에 대한 고민과는 별개로 롯데의 다른 전력은 한층 좋아졌다.
민병헌을 새로 영입하면서 국가대표급 외야진을 꾸렸고, 선발진의 양과 불펜진의 질은 지난해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주목할만한 신인 한동희가 등장하면서 3루수 고민도 해결됐다. 타선 역시 채태인을 데려오며 무게감을 더했다.
겉으로만 보면 포수 문제만 해결하면 화룡점정을 찍을 것 같은 기세다.
시즌 개막 전에 롯데의 포수 포지션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역으로 말해 올 시즌 롯데의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현재 롯데는 나원탁, 나종덕, 김사훈, 강동관이 무주공산이 된 포수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이다.
안중열이 곧 재활을 마치고 퓨처스(2군)리그에 합류할 계획이지만 그동안의 공백기를 고려하면 1군에 복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통산 1군 기록만 보면 김사훈이 114경기, 나원탁이 12경기, 나종덕이 5경기, 강동권이 3경기에 출전했다. 김사훈은 공격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나머지 세 선수는 1군 경험이 턱없이 적다.
과연 롯데가 이 정도의 경험치를 갖춘 포수를 가지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 강민호의 공백을 메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 비판의 주된 요지다.
특히 이들이 시범경기에서 블로킹과 포구 능력 등에서 허술한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롯데는 시범경기 5경기에서 폭투 6개와 패스트볼 1개가 나왔다.
롯데는 강민호와 장성우를 함께 보유하고 있었을 때 제3, 4의 포수를 준비시켜놓지 않았던 대가를 지금 치르는 중이다.
그 과정이 얼마나 혹독할지는 알기 어렵다. 일단 롯데 측은 인내심을 갖고 포수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트레이드 가능성도 열려 있다.
조원우 감독은 "시행착오는 분명히 있을 것이고, 겪어야 할 과정"이라는 말로 시간을 갖고 포수를 키우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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