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로마시 '싱크홀과의 전쟁'…소비자단체 "보상 소송 제기"

입력 2018-03-10 19:50
伊로마시 '싱크홀과의 전쟁'…소비자단체 "보상 소송 제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쓰레기 수거난, 열악한 대중교통 시스템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에 시급한 고민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시내 차로 곳곳이 깨지고 갈라지고, 커다란 구멍까지 생기며 차량과 보행자 통행이 크게 지장을 받고 있어서다.

9일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로마 지방 검찰 당국은 수 년째 로마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시내 차로의 구멍들과 관련한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로마 시민들은 수 년 전부터 구멍이 패고, 갈라진 도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으나, 시 당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적극적인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아왔다.

현재 로마 차로 곳곳에 방치된 구멍들만 1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6년 만에 내린 눈과 이어진 폭우, 강추위로 도로 사정이 더욱 악화되며 시민들의 불만은 분노로 바뀌었다.

차량들이 운행 중 손상된 차로를 피하느라 출퇴근 시간에는 도시 곳곳에 심각한 교통 체증이 빚어지고 있고, 함몰된 도로에 바퀴가 빠진 탓에 일부 차량이 낭패를 보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또, 계속된 비로 웅덩이로 변한 곳을 차량이 급하게 지나며 사방에 물을 튀겨 차로 옆 보도를 지나던 행인이 구정물을 뒤집어쓰는 사례도 속출했다.

당국은 팬 도로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도심을 지나는 30여 개의 차로를 차단하고, 버스를 우회시키는가 하면, 차량 속도를 낮출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단체 코다콘스(Codacons)는 파인 도로로 인해 로마 시내 차량 10대 중 1대꼴로 손상을 입었다며 피해자들을 모아 시 당국을 상대로 보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공간에는 로마 차로의 웅덩이에서 악어가 머리를 내밀고 있거나, 할리우드 영화 '라 라 랜드'의 포스터를 패러디 해 주인공들이 거대한 싱크홀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사진 등 로마의 패인 차로를 조롱하는 합성 사진들이 속속 등장, 자조 섞인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이처럼 불만이 가중되자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최근 상황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표현하며 "1천700 유로(약 224억원)를 책정, 시급히 보수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로마 시는 "도로 위 구멍 사태는 전임 시장 탓"이라고 말하며 화살을 과거 정권 탓으로 돌렸다.

이번 총선에서 약진한 오성운동 소속인 라지 시장은 2016년 6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로마 사상 첫 여성 시장이자, 최연소 시장으로 취임했으나, 공약과는 달리 로마 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거의 손을 대지 못하며 인기가 급락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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