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R&D 연구자 괴롭혔던 '영수증 풀칠하기' 없앤다
연구개발 규제혁파 특별법안 제정…불합리 제도·관행 철폐
연구와 무관한 행정업무 완화·연차평가 폐지·최종평가 간소화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신선미 기자 = 정부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자 중심의 연구개발(R&D)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칭 '국가연구개발특별법'의 입법을 추진키로 제정안을 연내에 마련키로 했다.
연구자들이 신용카드 영수증을 모아서 풀로 일일이 종이에 붙이고 내역을 입력하는 일에 막대한 시간을 소모하고, 예상이 불가능한 출장·회의비나 논문 게재료를 썼다는 이유로 연구비 환수를 당하는 등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주재한 '제3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혁신성장을 위한 국가 R&D 분야 규제혁파 방안'을 보고했다.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연구와 행정을 분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연구자들이 전산입력과 주문 등 행정업무를 다 하고 있으며 어떤 젊은 교수는 하루에 2시간씩 영수증을 종이에 붙이고 있다"며 연구비 관리 시스템의 불합리성을 제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규제혁파 방안중 하나로 매년 단기적 성과를 요구하던 R&D과제 연차평가를 폐지하고, 최종평가 방식도 부처별·사업별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는 잦은 평가로 비효율과 행정부담이 초래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기술·시장의 환경 변화로 진행중이던 연구의 필요성이 사라져 버린 경우, 연구자의 자발적인 연구 중단을 허용키로 했다. 이럴 경우 연구자는 남은 연구비를 반납하기만 하면 되며, 이미 쓴 연구비를 환수당하는 제재는 받지 않게 된다.
국가 R&D 사업과제 실패시 제재가 매우 큰 탓에 연구자들이 '뻔한 연구'에만 치중하는 바람에 부실 성과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공식 집계되는 국가 R&D 과제 '성공률'은 95∼98%이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30%에 불과하다.
연구비 관리·정산과 물품구매 등의 행정업무는 행정지원 전담인력을 배치해 연구자는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연구 착수 단계에서 '물량×단가' 방식의 소요명세서 작성을 폐지하고 세부 인건비 등 필수 내역과 연구비 세부항목별 총액만 기재하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연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등 선의의 피해를 방지하는 제도도 마련된다.
이에 따라 R&D 과정에서 자산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연구자 비리나 고의로 저지른 중과실이 아닌 한 연구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재작년 7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중이던 무인기가 시험비행 도중 추락한 사건에 대해 연구원 5명에게 6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방위사업청이 요구한 사례 등 불합리한 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또 평가를 맡은 전문기관의 제재 처분에 연구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같은 전문기관에서 재심사하지 않고 별도 위원회에서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추가 검토를 하는 제도가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아울러 부처별, 사업별로 달리 적용되던 연구비 사용 기준을 연구기관 유형별로 묶어 적용하고, 현재 20여개로 나뉘어 있는 과제관리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통합키로 했다.
이날 현장대화에는 정부 관계자로 이 총리와 임대식 과학혁신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보건복지부·교육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민간 및 연구 분야에서는 김성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장, 김연수 충남대 교수, 서유석 ㈜제넥신 대표이사, 서태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성과전략실장, 이병권 KIST 원장, 이승복 서울대 교수, 원종필 건국대 교수, 장영주 단국대 교수, 정지홍 ㈜상아프론테크 기술연구소 이사, 최승수 ㈜류씨은 이사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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