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여전히 미흡"

입력 2018-03-08 15:13
수정 2018-03-08 16:09
여성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여전히 미흡"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정부가 9일 발표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에 대해 여성계는 권력형 성폭력 처벌을 강화한 것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권력형 성폭력 처벌을 강화하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위법성 조각 사유를 적극 적용하기로 한 것 등은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강간죄 판단 기준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강간죄를 가장 좁은 의미로 해석하는 최협의설 기준으로 판단해 심각한 수준의 폭행·협박이나 피해자의 강한 저항이 없는 경우 강간죄가 적용되기 힘든 현실을 지적하면서 강간죄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중장기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역고소 당하는 등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를 적극 적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미흡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성문화예술연합의 이성미 씨는 "피해자에게는 역고소 당해 수사받는 과정 자체가 압박과 공포"라며 수사과정에서의 위법성 조각 적용으로는 부족하며 피해자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역고소 당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방안에 대해서도 미온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특히 성희롱 사건을 감독할 남녀고용평등 업무 전담 근로감독관을 올해 47명 배치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방침에 대해 "국내 전체 사업체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여성노동자회는 이날 성명에서 "단 47명의 근로감독관이 약 400만개 업체의 성희롱 사건을 포함한 성차별, 모성권 등 남녀고용평등 업무를 감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성평등 근로감독관을 대폭 확충할 것을 촉구했다.

또 근로감독관에 의해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하면서 근로감독관의 자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조사단'과 '특별 신고·상담센터'를 100일간 운영한다는 내용의 문화예술계 성폭력 근절 대책에 대해서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성문화예술연합의 이성미 씨는 "100일간의 신고센터 운영으로 뿌리 깊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가 얼마나 드러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신고부터 징계에 이르기까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시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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