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영리병원 개원허가 여부 도민 의견 수렴해 결정"(종합)
원희룡 "지자체 차원의 첫 공론조사…제주의 자치역량 높이는 계기"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개원허가를 도민 공론형성 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8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단체가 낸)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에 대해 공론화 절차를 밟아 의견을 내기로 한 제주도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신고리원전에 대한 공론조사는 있었지만, 지역 차원에서 중요 현안에 대한 공론조사는 이번이 첫 사례다.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도민사회의 상반된 의견을 조정하고,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론을 형성해 제주의 자치역량을 더욱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며 "수년간 지속된 소모적 논란을 끝내고 제주공동체의 공익을 위한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효과적인 공론 설계로 사업승인 기관인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녹지그룹, 시민단체, 보건의료단체, 도민사회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적의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도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앞서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도민운동본부)는 지난달 1일 1천68명의 서명을 받아 제주 영리병원에 대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인 서명부를 제주도에 냈다.
도민운동본부는 숙의형 정책개발을 통해 '의료영리화 정책이 공공의료에 미치는 영향', '외국의료기관에 대한 국내 법인 또는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투자 논란', '영리병원 추진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 논란에 대한 객관적 검증', '세부적 사업내용에 대한 타당성 검증 문제' 등을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청구 건은 '제주특별자치도 숙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 따라 처음 적용됐다.
도는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의를 열어 녹지국제병원의 심의 대상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한 뒤 도민 공론형성 후 최종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도는 원탁회의, 공론조사, 시민배심원제 등을 활용한 공론화 방법으로 영리병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른 시일 안에 가칭 '공론조사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중국 국유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2015년 4월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신청하면서 불붙었다.
영리병원은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해 외국인 환자 위주의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주주를 모아서 대규모 자본을 끌어모을 수도 있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인 외국계 영리병원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허용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의 적용을 포기할 경우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12월 18일 제주도가 신청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의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이후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일부 부지에 녹지국제병원을 짓고 도에 개원허가 신청서를 냈다.
최근 준공된 녹지국제병원의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면적 1만7천679㎡다. 총 778억원이 투입됐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이며 병상 수는 47개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제주도지사의 병원 개설허가를 받아 연내 개원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공공의료 약화, 의료영리화 등 문제를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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