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허비할수 없는 미북대화 기회…트럼프, 붙잡아야"
사설서 "北입장 과거와 같은듯…대화 대가로 무엇 요구할까 봐야"
"대화는 창의적 외교·엄격·인내 요구…트럼프, 트위터서 떨어져야"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미국의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비핵화 대화'와 핵실험 조건부 잠정중단 의지표명을 "허비할(squandered) 수 없는 기회"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수용을 촉구했다.
그동안 미북 협상론을 펴왔던 이 신문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에게 공을 넘긴 북한(North Korea has put the ball in Trump's court)'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마침내 대화가 시작되려는 것 같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붙잡아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신문은 "많은 것들이 (대화의) 시작을 끌어내는데 도움을 줬다"며 전쟁을 피하려는 한국의 확고한 의지와 이를 고려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 최고 수위로 치달은 대북제재를 차례로 꼽았다. 어렵게 성사된 기회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평화공세가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해온 북한의 약속을 받아낸 것 같다"며 한국의 노력을 평가했다.
다만,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했다.
신문은 "낙관론은 조심스럽게 다듬어져야 한다"면서 "평화적 해법을 위해 필요한 어려운 작업들이 지난 몇 년간 계속된 불신, 그리고 실패한 협상의 씁쓸한 뒷맛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1994년 북핵 협상의 결과물로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에 '안전보장'을 하고, 북한은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동결했으나 훗날 북한의 농축우라늄 개발로 부시 행정부에서 이 합의가 파기된 것을 되짚은 것이다.
신문은 "'주한미군을 포함해 미국의 위협이 없어진다면 북한은 핵무기가 필요없다'는 북한의 입장은 과거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주장은 과거 미북협상에서도 자주 주제가 되곤 했다"고 상기시켰다.
신문은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면, 북한이 (핵) 실험을 중지하고 대화에 나서는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4월 한미연합훈련을 반대하지 않았고,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순항을 희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는 있지만, "이런 것들은 물론 다른 의제들도 향후 대화의 테이블에 올라올 것"이라고 북한이 앞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의제에 주목했다.
나아가 주한 미국 대사직의 공석,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체제에서의 국무부 약화,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은퇴선언 등 미국 내 대북 협상라인이 현재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대화 전략을 시행하는 메커니즘을 갖췄다는 증거는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미북 대화에 대해 "이것은 창의적이고 지속적인 외교, 엄격, 인내를 요구할 것"이라며 "아울러 트위터에서 떨어져 자기 생각을 밝히지 않는 훈련이 된 대통령도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가로서의 자세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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