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 핵합의 파기하면 이틀안에 20% 농축우라늄 생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원자력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면 즉시 핵프로그램을 합의 이전 수준으로 복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흐루즈 카멀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현지 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핵합의를 철회한다면 이란은 이틀 안에 농도 20%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합의에 따라 이란은 최고 3.67%의 저농축 우라늄을 기체 육불화우라늄 또는 다른 화합물 형태로 30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다고 지난달 말 분기 사찰보고서에서 확인했다.
농도 20%의 농축우라늄은 핵무기를 바로 만들 수 있는 농도(90%)보다는 농축도가 낮지만 발전용 우라늄 연료(4∼5%)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핵합의 이전 이란은 농도 20%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했으나 2015년 7월 핵협상 타결로 이를 희석하거나 천연 우라늄과 교환했다.
이란이 실제 이틀 안에 이 수준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을지는 원심분리기의 수와 성능에 달렸다.
햅합의에 따라 이란은 나탄즈와 포르도 핵시설에서 초기 모델인 IR-1 6천100여기만 남기고 나머지 1만5천여기를 불능화했다.
또 신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IR-6, IR-8은 연구·개발 목적으로 30기씩만 가동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성능이 좋은 원심분리기는 개발, 보유할 수 없다.
이들 원심분리기의 성능을 고려하면 미국이 핵합의 파기를 선언한 뒤 20% 정도까지는 우라늄을 농축할 수는 있겠지만, 그 양이 적고 핵무기를 제작할 농도까지 농축하려면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이 20%를 목표로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는 순간 핵 활동을 재개하는 것으로 핵합의는 사실상 백지화된다.
한편,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5일 "이란은 핵합의를 잘 지키고 있다"면서 "핵합의가 실패하면 핵활동 검증과 핵무기 해제를 위한 다자간 공동 정책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미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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