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앞당겨지나'…채권시장, 총재연임에 매파적 해석

입력 2018-03-02 17:06
'금리인상 앞당겨지나'…채권시장, 총재연임에 매파적 해석

5월과 연내 두 차례 인상 전망 우세해져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깜짝 연임' 소식에 채권시장에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분석이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일 채권시장에선 오전에 하락하던 채권 금리가 오후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290%로 전날보다 2.4bp 상승했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2.5bp, 0.5bp 올랐다.

총재가 연임되면서 불필요한 교체기를 둘 이유 없이 정책이 연장되기 때문에 통화 정상화 추진에 뜸을 들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선 최근 매파적인 분위기가 우세해지긴 했지만 총재 교체로 통화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돼 왔다.

그러나 이 총재 유임으로 매파적인 성향이 강화되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연내 두 차례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3월을 건너뛰고 4월과 5월에 연달아 열린다. 금리 인상과 관련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 의견은 없었기 때문에 다음 달 12일 열리는 차기 금통위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신중한 태도에도 통화완화 축소 스탠스를 변함없이 보였고 이번 연임으로 정책 변화가 생기지 않게 됐다"며 "금리 인상은 5월이 유력하지만, 4월도 무시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현재까지 기준금리 인상 시점으로 5월과 7월이 유력했으나 이번 연임 결정으로 이르면 4∼5월 가능성이 커졌다"며 "상반기에 금리를 올리면 하반기에도 한 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국내외 경기가 나쁘지 않아 금리 인상 유인이 생긴 데다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해 유동성 축소 필요성도 생기고 있다"며 "미국이 이달에 금리를 올리고 4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이 나오면 5월 인상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실제 2005년에도 한미 금리가 역전되고서 2개월 후에 한은이 금리를 뒤따라 올렸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이 2005년 8월 정책금리를 연 3.5%로 인상하면서 한국 기준금리(3.25%)보다 높아지는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생겼다.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 금리 격차가 50bp(1bp=0.01%포인트) 벌어졌으나 10월에 미국은 금리를 동결하고 한은이 25bp 올려 격차를 줄였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로 같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국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이 늘어나는 등 통화 정상화 속도가 가팔라지면 한국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과 6월, 12월 등 올해 3∼4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이달에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이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한국 역시 달라질 수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 횟수 등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 한국도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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