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치권에도 만연한 성폭력…노동당 내부서만 43건 신고

입력 2018-02-28 19:27
영국 정치권에도 만연한 성폭력…노동당 내부서만 43건 신고

노동당, '미투'에 영감받아 만든 신고 사이트 운영 결과 코빈 대표에 전달

의회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성폭력 발생…노동당 "절차 등 개선"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한 여성 노동당원은 파티에 갔다가 한 나이 든 지역구 의원으로부터 끔찍한 일을 당했다.

그는 그녀를 바에 몰아넣은 뒤 자신의 몸을 그녀에게 밀착해 비비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 의원은 이같은 성추행으로 이미 유명한 인물이었다.

노동당의 한 여성 인턴은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한 하원의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그 의원은 만취한 상태에서 그의 팔을 쓰다듬는 등의 행동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과 같은 인턴보다는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신고가 무시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노동당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레이버투(Labourtoo)'에 2개월간 43건의 성희롱 및 성폭행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레이버투'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성폭력 고발운동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에 영감을 받아 노동당 내 여성들이 만든 웹사이트다. 신고 등의 절차는 익명으로 처리된다.

신고에 따르면 노동당 내 성폭력은 의회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고, 성폭행과 심각한 더듬기, 부적절한 성적 발언 등이 모두 포함됐다.

이번에 접수된 43건의 신고와 관련된 내용은 보고서로 만들어진 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와 지도부에 전달됐다.

보고서는 이같은 성폭력을 막기 위한 권고사항도 담았다.

노동당과 관련 없는 인사들로 구성된 패널과 완전히 독립적인 처리 절차, 모든 당원에 대한 강제적인 교육, 성적 희롱과 폭행등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전반적인 방침, 비밀 보호 절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관계자는 "당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핫라인 구축, 독립적인 기관의 피해자 상담 등 관련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보고된 내용들이 더 많은 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하원의원 15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24%가 의회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이나 학대 등에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남성 의원의 58%, 여성 의원의 89%는 의회 내에 여전히 성차별 주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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