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저는 광주 공립유치원 첫 남자 선생님입니다"

입력 2018-03-04 08:00
[사람들] "저는 광주 공립유치원 첫 남자 선생님입니다"

방림유치원 교사 임정섭씨 "아이들과 더 활동적으로 놀아주고 싶어요"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남자 선생님이 유치원 아이들에게 낯설 수도 있지만 더 활동적으로 놀아줄 수 있는 선생이 되고 싶습니다."

광주에서 처음으로 남자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을 통과한 임정섭(25) 씨는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씨는 최근 광주시교육청이 발표한 '2018학년도 공립유치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임 씨는 10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한 27명 중 유일한 남성이다.

1986년 광주시교육청 개청 이후 공립유치원 교사 시험에서 남성 합격자가 나온 것은 임씨가 처음이다.

임 씨는 오는 3월 2일 자로 광주 남구 방림유치원으로 첫 발령을 받아 출근해 유치원생들과 만난다.

그는 교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업무를 배우기 위해 정식출근 이전인 지난 19일부터 방림유치원에 나가고 있다.



첫 남자 교사를 맞이한 유치원 측은 '환영합니다! 임정섭 선생님'이라는 글귀가 적힌 포스터를 출입문에 붙이며 임씨를 환영하기도 했다.

전남대 교육학과를 지난해 졸업한 임 씨는 2015년 군 전역 후 유아교육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하면서 유치원 교사의 꿈을 키워왔다.

임 씨는 "학창 시절 여름 성경학교 등에서 어린이들과 자주 어울리는 등 원래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에 유아교육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용시험 합격자 발표 후 쏟아진 주변의 시선과 관심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부담스럽다"면서 "항상 배우는 자세로 아이들에게 친숙한 선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치원생들과의 첫 만남을 앞두고 요즘 그는 수업계획 준비에 한창이다.

어린이들의 생활 주제에 맞는 활동을 계획하며 교육안을 짜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섬세한 면은 여자 선생님들보다 많이 부족할 것 같다"며 "미진한 부분은 꾸준히 정성을 들여 제 몫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지역 유치원 교사에 남성은 임씨가 유일하듯이 초등학교 교사 성비 불균형도 심각한 실정이다.

광주 공립 초등교사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78%를 넘었고, 특수학교 교사는 90%에 달한다.

임씨는 "유치원 첫 남성 교사로서 책임을 느끼고 후배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남자 후배들도 유치원에 남성 교사가 없다고 망설이지 말고 뜻이 있다면 마음먹은 대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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