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졸업생 "교수가 성폭행…노예처럼 부려"
20여년 전 사건 '미투'…학교 측 "진상조사 후 사실 확인되면 징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졸업생이 20여년 전 해당 학과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학교 측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해당 교수는 여전히 학교에 재직 중이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1990년대 말 세종대에 입학했다는 글쓴이는 자신이 2학년 때 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한 김모 교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A4 용지 3장 분량에 달하는 장문의 글을 지난 27일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다.
글쓴이는 "서울 근교의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마친 뒤 김 교수가 피곤하여 운전할 수 없다며 잠시 모텔에서 쉬었다 가야겠다고 했고, 그날 모텔에서 김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썼다.
글쓴이는 "당시 저는 모텔에서 쉬었다 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교수가 잠시 눈을 붙이는 동안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no'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고 너무나 믿고 존경했던 교수였기에 매우 혼란스럽고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김 교수는 성폭행 이후에도 글쓴이에게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했고, 논문 타이핑을 시키거나 영어 번역을 시키는 등 "노예처럼"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꿈꾸던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될까, 부모님이 알게 될까 두려워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던 글쓴이는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도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글쓴이는 부모님께 알리고 3년간 학교를 쉬었다가 복학했다.
하지만 글쓴이는 복학 후 학교에서 '세종대왕'이라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김 교수를 다시 마주해야 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사과는커녕 "이제 너 몸매가 영 아니다"와 같은 발언을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다는 글쓴이는 "20년 가까이 지나서, 이제는 가정을 꾸리고 있는 제가 왜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가 스스로 수백 번 물어봤다"며 "이 일은 절대로 이대로 묻히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대 관계자는 "영화예술학과에서 피해자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학교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사실로 드러나면 합당한 징계를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전직 겸임교수도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졸업을 앞둔 한 재학생은 세종대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에 지난 22일, 24일 두 차례 글을 올려 성희롱을 일삼는 교수의 존재를 알렸다.
졸업을 앞둔 재학생은 "새벽에 시도 때도 없이 연락 오고, 여학우들에게 섹시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뱉었다"며 "우리를 애인쯤, 노예쯤으로 생각했다"고 썼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학생회는 이날 '1차 입장문'을 발표하고 "폭로글의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학교는 교수직에서 해임하고,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며 "학생회 차원에서 추가적인 성폭력 피해제보를 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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