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윤 은퇴는 예고된 수순…북미대화 영향엔 전망 엇갈려

입력 2018-02-28 01:09
조셉윤 은퇴는 예고된 수순…북미대화 영향엔 전망 엇갈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이 나서서 하면 더 효과 있을 것"

작년부터 이미 은퇴 의사 밝혀…WP "좌절감의 반영"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북한과의 주요 대화 채널이었던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은퇴는 사실상 시간문제였다는 게 워싱턴 정가와 외교가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27일(현지시간)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윤 대표는 이미 지난해부터 은퇴 의사를 밝혀왔다는 후문이다.

우리 외교부조차 공식 입장을 통해 "조셉 윤 특별대표의 은퇴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낼 정도였다. 윤 대표 본인도 '사임'이 아니라 때가 돼서 하는 '은퇴'라고 주변에 강조해왔다고 한다.

사표를 낸 시점도 이미 2주 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한참 만류했지만 윤 대표의 뜻을 꺾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표의 은퇴에 대해 커리어 외교관들이 트럼프 정부 내에서 영향력을 잃으면서 국무부 내에서 커진 좌절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을 '완전한 실패'로 규정한 가운데,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윤 대표가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윤 대표는 지난 2016년 10월 대북정책특별대표에 선임됐다. 한 소식통은 윤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국무부에서 일할 시간이 길어야 1년 정도 될 것 같다는 말을 주변에 해왔다고 전했다.

후배인 수전 손턴이 수석 부차관보를 거쳐 동아태 차관보에 지명된 것도 그의 은퇴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있다.

이렇듯 윤 대표의 은퇴가 예정된 순서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점상 묘한 구석은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직접 대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주요 대북 대화 통로의 퇴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은 각각 윤 대표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박성일 차석대사를 앞세운 '뉴욕 채널'을 통해 물밑 대화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윤 대표의 은퇴 파장을 놓고선 긍·부정적 관측이 혼재돼 있다.

대화파들은 기존의 한반도 대화 라인 약화로 북미 대화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한다. 대북 강경 라인이 주요 대화 창구로 등장하면서 소통이 지장을 받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백악관과 호흡을 같이 하는 대화 파트너가 일관된 목소리를 북한에 전달하면 오히려 북미 대화가 이전보다 활기를 띠게 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미국 정부 핵심 수뇌부의 힘이 실린 협상 대표가 북한과 접촉할 경우 협상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논리다.

윤 대표 본인도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었다.

기존 인물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 전면에 나서는 게 더 효과가 있다면서 앞으로 북미 대화를 희망적으로 본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남북 대화도 잘 되고 있고 북미 대화도 시작할 때가 됐으니 이제 담당자를 좀 바꾸는 것도 어떤가 싶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분, 가깝게 일하는 분들이 나서서 하면 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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