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미세먼지 심할 때 '대중교통 무료' 정책 결국 폐기

입력 2018-02-27 13:30
서울시, 미세먼지 심할 때 '대중교통 무료' 정책 결국 폐기

두 달 만에 접어…'미세먼지 유발자에 페널티'로 선회

비상저감조치 발령 때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위반시 과태료 10만원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미세먼지가 심할 때 시행하는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결국 폐기했다.

지난 1월 15일과 17, 18일 세 차례 적용된 대중교통 요금 면제가 거센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자 고민 끝에 폐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한 번에 50억원이 드는 이 정책을 예산 증액을 해서라도 계속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다가 뒤로 물러섰다. 정책이 시행된 지 두 달여만이다.

서울시는 27일 출퇴근시간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중단하고, 대신 '8대 대책'을 새롭게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부로 초미세먼지가 이틀 연속 '나쁨' 수준으로 예보돼도 출퇴근시간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없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차량 의무 2부제가 법제화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미세먼지 배출 저감을 위해 취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정부 차원의 더 강력한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기도 한 이 정책이 이제 목적을 다 했다고 판단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이들에게 페널티를 주겠다는 '원인자 부담 원칙'을 강조한 새 정책을 내놨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 시행으로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만 '콩나물 지하철·버스'로 인한 피해를 보고,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자가용 운전자들은 교통 체증 감소로 이득을 본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2.5t 이상 경유차 등 공해 유발 차량의 서울 내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어기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서울 37개 지점에 설치한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단속시스템에 공해 유발차량인 '서울형 공해차량'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평상시에는 노후경유차를, 비상시에는 서울형 공해차량을 단속한다. 하반기에는 CCTV는 단속시스템 43대를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이 정책을 시행하려면 시민 공청회, 시의회 심의, 경기도·인천과의 협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시행 시기는 하반기나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서울시는 차량의 친환경 수준을 7등급으로 나눠 라벨을 부착하는 '자동차 배출가스 친환경 등급제'를 도입한다.

올해 연말부터 등급 하위인 5∼6등급 차량의 사대문 안(녹색교통진흥지역) 운행을 시범적으로 제한하고 내년부터 전면 제한한다. 환경부는 오는 4월 친환경 배출등급을 고시할 예정이다.

비상저감조치 발령 때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는 개인과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준다.

승용차 마일리지 회원이 비상저감조치 시행일에 자발적으로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으면 한 번에 특별 포인트를 3천포인트 부여한다. 승용차 마일리지는 연간 주행거리 감축량·감축률에 따라 연 2만∼7만원의 인센티브를 모바일 상품권, 아파트 관리비 차감 등의 방식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현재 5만명인 승용차마일리지 회원을 상반기 중 1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형 실내 공기질 기준'을 새롭게 마련한다. 현재 실내 공기질 기준에는 초미세먼지(PM-2.5) 항목이 없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미세먼지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지하철 내 역사 공기질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시내 어린이집 6천226곳에는 공기질 측정 시스템을 구축한다. 학부모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니터링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형 초미세먼지 비상저감대책' 개선책의 핵심을 시민 참여에서 찾고 있다. 지금까지 공공이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시민이 스스로 이끌어나가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32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발족한 '미세먼지 나부터 서울시민 공동행동(미행)'과 협력해 차량 2부제 참여 캠페인 등을 펼치기로 했다.

황 본부장은 "서울시는 앞으로도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 참여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믿음으로 해결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