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물타기' 탓"…유엔 휴전결의에도 시리아 폭격 계속

입력 2018-02-26 18:46
"러시아 '물타기' 탓"…유엔 휴전결의에도 시리아 폭격 계속

'72시간 내 휴전'은 '지체없이 휴전'으로, '즉시 구호'는 '구호'로 약화

예외도 넓게 잡아…결의 채택 후 24시간에 주민 24명 숨져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진통 끝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에서 긴급 휴전을 하기로 결의했으나 수도 인근 반군 지역에서 공습과 민간인 희생이 이어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안보리가 시리아 휴전 결의를 채택한 이튿날인 25일(현지시간)에도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동(東)구타에서 시리아군 공습이 계속됐다.

안보리 결의 채택 후 26일 오전까지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24명 이상이 숨졌다.

이달 18일 이후 누적 사망자는 540명으로 불었다. 이 가운데 어린이가 130여명이다.

동구타의 일부 활동가는 어린이 사망자 1명을 비롯해 '여러 명'이 염소가스로 보이는 화학무기 노출 증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18일 밤 시작된 무차별 공세에 견줘 폭격 정도는 약해졌지만 안보리 결의로도 공격을 완전히 중단시키지 못했다.

이는 안보리 결의 채택 당시에도 이미 예상된 결과다.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를 설득하고자 협상 과정에서 결의 문구가 희석된 탓이다.

유엔 주재 미국대사 니케 헤일리는 24일 안보리 표결 현장에서 "단어 몇 개, 쉼표 몇 개"를 추가 하며 결의가 지연되는 사이에도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는데, 이 단어와 쉼표는 결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초 스웨덴과 쿠웨이트가 제출한 결의안은 '72시간 내' 휴전을 개시하도록 명확하게 표현했으나 최종 결의에서 이 부분은 '지체 없이'로 모호하게 변경됐다.

또 원안에서 구호와 환자 이송을 "즉시 시행한다"는 부분에서는 '즉시'가 빠졌다.

특히 휴전 제외 대상에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에 뿌리를 둔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뿐만 아니라, 테러조직에 연계된 "개인, 조직, 활동, 주체"까지 넓게 포함시켰다. 동구타의 주요 반군 조직 '자이시 알이슬람'과 '파일라끄 알라흐만'은 시리아내전 중 사안에 따라 알카에다 계열 조직과 협력했던 점에 비춰, 공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

아울러 이란혁명수비대의 모하마드 바게리 사령관은 다마스쿠스 외곽은 휴전 대상 지역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이란의 이르나통신(IRNA)이 전했다.

안보리 결의가 휴전·구호에 관해서는 모호하게 바뀌고, 공격 범위에 관해서는 크게 재량을 부여했기 때문에 시리아·러시아군의 공격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25일 공습도 시리아군이 휴전을 본격적으로 시행하지 않아서인지 공격 대상이 테러조직에 연계돼서인지 명확하지 않다.

시리아 안팎에서 활동하는 구호기관들은 상황이 여전히 혼란스럽고, 공격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아 구호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결의 채택을 환영하며 이행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상의 지옥 같은 상황을 끝낼 때가 됐다"면서 "결의가 즉시 이행·유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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