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한옥마을 만든 '조선 건축왕' 정세권 기념사업 본격화

입력 2018-02-26 06:00
북촌 한옥마을 만든 '조선 건축왕' 정세권 기념사업 본격화

내일 가회동 성당서 토론회…한옥단지 조성·민족운동 소개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북촌을 비롯해 익선동, 혜화동 등 오늘날 서울 내 대표적 한옥 밀집 지역을 만든 '조선 건축왕' 정세권(1888∼1965)을 기리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서울시는 오는 27일 오후 3시 북촌 가회동 성당에서 정세권 선생을 재조명하는 토론회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정세권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를 쓴 김경민 서울대 교수와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그의 업적과 민족운동 활약상을 소개한다.

서해성 서울시 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총감독은 '일제강점기 북촌의 문화사회학적 이해와 재구성'을 주제로 발표한다.

정세권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디벨로퍼(developer·부동산 개발업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888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1930년대 조선물산장려회, 신간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1919년 종합 건축사 '건양사'를 설립하고서 지금의 북촌 가회동·계동·삼청동·익선동 일대의 땅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여기에 중소형 한옥만으로 이뤄진 주택지구를 조성해 서민들에게 싸게 분양했다. 이 같은 한옥단지 덕분에 남촌을 장악한 일본인들이 북촌까지는 파고들지 못했다.

한옥 지구를 조성하는 동시에 정세권은 1931년 조선물산장려회를 낙원동 300번지 건양사 사옥에 입주시키고 적극 지원했다. 1935년부터는 조선어학회 운영자금을 대면서 사전 편찬을 뒷받침했다.

그의 사업은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되면서 기울기 시작한다. 특히 뚝섬 일대 사유지 약 3만5천여 평을 일제에 강탈당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6·25 전쟁 발발 이후 고향인 고성으로 낙향한 정세권은 1965년 그곳에서 눈을 감았다. 서울시는 낙향 후 단칸방 농가에서의 검소한 생활을 하던 정세권 선생의 감춰진 생애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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