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청년 일자리 추경 한다면 노동개혁도 병행해야

입력 2018-02-23 19:05
[연합시론] 청년 일자리 추경 한다면 노동개혁도 병행해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확대할 특단의 대책 마련을 위해 올해 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려는 태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재정·예산·세제·금융·규제 등 정책수단을 망라해 특단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준비 중이다"면서 "필요하면 추경 예산 편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 '추경 검토' 취지의 발언을 이틀째 반복한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노동시장 진입 인구가 대폭 늘어나는 향후 3~4년간 긴급자금을 투입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관가에서는 재원 마련을 위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흘러나왔는데, 김 부총리의 이번 발언으로 추경이 더욱 구체화하는 듯하다.

정부가 올해 추경을 편성하면 2015년(11조6천억 원), 2016년(11조 원), 2017년(11조2천억 원)에 이어 4년 연속이 된다. 정부가 그런데도 추경 카드를 고려하는 것은 지난해 11조 원이 넘는 추경 집행에도 청년실업이 더 악화하는 사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현재 기준으로 실업률을 측정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은 22.7%로 치솟았다. 정부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10년간 21차례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고, 최근 5년간 10조 원이 넘은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청년실업률은 회복은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2021년까지 에코붐 세대(1968∼1974년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의 1991∼1996년생 자녀들)가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청년실업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한국GM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대량실업 우려도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추경을 편성한다면 규모는 10조~15조 원 안팎이 유력하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세계잉여금(전년에 더 걷힌 세입과 세출 불용액의 합계) 11조3천억 원에다 올해 초과세입액 등을 고려하면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고 이런 규모의 추경 편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제 추경 편성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상황이 대규모 재해 발생·경기침체·대량실업 등 국가재정법이 정하는 추경 편성 요건이 아닌 데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하면서도 2년 연속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는 데 대해 야당들이 쉽게 동의해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6·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추경 검토가 자칫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6·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또 일자리 추경을 한다면 명백한 '정치 추경'"이라면서 "총력을 다해 저지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높은 청년실업률은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몇 번이라도 추경 편성을 검토하는 것이 옳다. 대신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나 불신은 정부가 추경 편성의 당위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국가재정에 악영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불식해 나가야 한다. 김 부총리가 "청년고용 대책은 워낙 풀기 어려운 데다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밝힌 것처럼 추경 하나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부진한 노동시장 개혁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산업 전반에 걸쳐 여전히 만연한 규제를 과감한 혁파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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