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피해학생 만난 트럼프 "무장한 교사 있으면 막았을수도"(종합2보)

입력 2018-02-22 16:55
수정 2018-02-22 20:01
총격 피해학생 만난 트럼프 "무장한 교사 있으면 막았을수도"(종합2보)

백악관 초청해 면담…"총기 구매자 정신건강 등 신원조회 강화"

참석자들은 눈물로 호소 "얼마나 많은 아이들 죽어야…아이들 안전 원해"

트럼프 '반자동소총 구매연령 21살로 상향 검토' 보도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과거 총기 참사를 겪은 학생과 부모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총기구매 신원조회 강화와 구매자의 정신건강 확인, 교사 무장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AP,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최근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고 총기사건의 생존학생 6명과 희생자의 부모 등 40여 명을 초청해 백악관에서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과거 총기참사를 겪은 콜로라도주의 콜럼바인고교,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의 희생자 부모와 워싱턴 근교의 학생과 부모들도 참석했다.

참석자들에게 총기사건의 해법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해 의견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총기 구매자의 정신건강을 포함해 신원조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구매자의 나이 규제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더글러스고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즈에 대해 "아픈 사람"이라고 지칭하고 "정신건강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범죄자는 아니지만, 행동에 문제가 있는 이들을 보낼만한 정신보호 시설이 얼마 없다"고 말했다.

교직원 무장을 제안한 한 참석자에게는 "총기에 능숙한 교사가 있었다면 사건을 빨리 끝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하며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총탄에 몸을 던져 숨진 풋볼팀 코치 애런 파이스를 거론, "그는 매우 용감하고 많은 목숨을 구했다"며 "하지만 만약 그가 총기를 갖고 있었다면 도망칠 필요 없이 총으로 쐈을 것이고, 그러면 상황은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균적으로 총기 난사는 3분간 이어지고, 경찰이 대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8분"이라며 "교직원 무장이 총기 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현장 분위기는 조용하고 엄숙했지만, 감정적 동요로 가득 찼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참석자들은 참사의 충격을 잊지 못한 듯 슬픔과 공포, 분노를 드러냈다. 눈물을 흘리거나 고성을 지르는 이도 있었다.

더글라스고 생존 학생 새뮤얼 자이프(18)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제발요"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내가 여전히 가게로 가서 AR과 같은 전쟁무기를 살 수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런 무기를 사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 콜럼바인이나 샌디훅 총격 이후에도 어떻게 이를 멈추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번 사건으로 딸을 잃은 앤드루 폴락은 "이제 내 딸은 발언권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로 왔다. 딸은 지난주 살해당했고 9발을 맞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폴락은 "얼마나 많은 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가 총에 맞아야 하나. 정부와 내가 여기서 멈춰 세워야 한다. 이 일이 바로잡힐 때까지 나는 잠들지 못할 것"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이건 총기 규제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싸움이고 전쟁"이라며 "우리는 아이들의 안전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힘을 합쳐 새로운 학교 안전조치를 만들어달라고도 요청했다.

2012년 26명의 희생자를 낸 샌디훅 초교 총격으로 아들을 잃은 니콜 호클리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학교와 교사가 문제 학생을 확인, 개입하는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글러스고 생존 학생 중 시위 등을 통해 강력한 총기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데이비드 호그는 백악관 초청을 거부했다. 아들을 대신해 참석한 어머니는 "아들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파크랜드로 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이 끝날 즈음 "마음을 터놓고 말해줘서 고맙다"며 "세계가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고, 우리는 해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 자리에 질문을 적은 작은 종이를 손안에 들고나와 관심을 끌었다.

언론에 포착된 사진을 보면 종이에는 손글씨로 쓴 "내가 가장 알았으면 하는 여러분의 경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과 함께 "당신 말을 듣고 있다"는 문장이 담겨있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모가 찍힌 사진을 두고 "그의 공감 능력 결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항상 오늘 만남을 기억할 것"이라며 "고통의 한복판에 있는 이들에게 사랑을. 그들을 실망하게 해선 안된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썼다.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AR-15'같은 반자동소총 구매 가능 연령을 현행 18세에서 21세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와 WP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인들에게 "고교생이 총기를 사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전미총기협회(NRA)는 재빨리 성명을 내고 "법을 준수하는 18∼20세 성인의 총기구매를 제한하는 입법안은 자신을 보호할 헌법적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