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 앞두고 파시즘-반파시즘 세력 충돌로 혼란 증폭

입력 2018-02-21 21:30
이탈리아, 총선 앞두고 파시즘-반파시즘 세력 충돌로 혼란 증폭

신파시즘 정치인 집단폭행 당해…이달 초엔 파시즘 신봉자가 흑인만 겨눠 총격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달 4일 총선을 앞두고 과거 파시즘 정권에 동조하는 인종 차별적인 신파시즘이 발호할 기미를 보여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신파시즘 활동가가 반(反)파시즘 세력에 집단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져 양측의 갈등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21일 ANSA통신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신파시즘 단체인 새로운전진(FN)의 팔레르모 지부 대표인 마시모 우르시노가 20일 밤 시칠리아 섬의 주도 팔레르모의 중심가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10여 명으로부터 마구 두들겨 맞았다. 그는 코뼈가 부러지고, 얼굴과 전신에 타박상을 입는 등 전치 20일 상당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크를 쓰고,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용의자들은 시내를 걷고 있는 그를 막아선 뒤 테이프로 손과 발을 결박한 채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그를 방치한 채 현장을 떠났다.

이들은 이후 폭행 장면을 담은 화면과 성명을 지역 언론사에 보냈다.

자신들을 파시즘을 막기 위한 좌파 단체 회원들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우르시노에 대한 폭행은 오는 24일 팔레르모를 방문할 예정인 로베르토 피오레 FN 대표에게 경고하는 차원에서 본보기 격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팔레르모는 주민들의 일상 생활과 행동에 있어 반파시스트적인 도시"라며 "팔레르모에 파시즘을 위한 공간은 없다"고 말했다.

피오레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우리의 지역 대표가 비겁한 방식으로 잔혹하게 공격을 받은 이번 일은 극좌 테러단체인 붉은여단 수법이 회귀했음을 보여준다"며 계획대로 팔레르모 방문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붉은여단은 1970∼1980년대에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극좌 테러단체를 일컫는다.

FN은 극우 연합체인 '이탈리아를 이탈리아인에게'의 일원으로 다음 달 총선에 참여하지만, 의회에 진입하기 위한 득표율 하한선인 3%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앞서 지난 3일 파시즘·나치즘 신봉자인 극우 청년이 중부 마체라타에서 흑인 이민자들을 겨냥해 총격을 가해 나이지리아, 감비아 등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6명을 다치게 한 일이 발생하는 등 선거를 앞두고 파시즘과 결부된 폭력이 잇따르고 있다.

이 청년은 토막 시신으로 발견된 18세의 이탈리아 소녀의 살해 용의자가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이라는 소식을 듣고 복수를 위해 흑인들만을 노려 총격을 감행했다고 밝혔고, 그에게는 뜻밖의 응원이 쇄도해 난민 대량 유입과 맞물려 이탈리아 사회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파시즘 회귀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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