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악 시인 월북 후 작품까지 집대성한 시전집 출간

입력 2018-02-20 07:05
이용악 시인 월북 후 작품까지 집대성한 시전집 출간

시ㆍ산문ㆍ논고 등 망라…문학평론가 윤영천 엮어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193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시인이었으나 월북 이후 우리 문학사에서 크게 조명받지 못한 이용악(1914∼1971)의 작품을 집대성한 전집이 출간됐다.

문학과지성사가 펴낸 '이용악 시전집'은 오랫동안 이용악을 깊이 연구해온 문학평론가이자 인하대 명예교수 윤영천이 편집을 맡아 시인의 월북 이후 작품 등 이전에 누락된 시 전편과 산문, 이용악에 관한 논고를 두루 엮었다.

월북 전 작품으로 시집 '분수령', '낡은 집', '오랑캐꽃', '이용악집'의 수록작과 이들 시집에 수록되지 않고 개별로 발표된 시들까지 담았고, 월북 후 작품으로는 '리용악 시선집'의 수록작과 이 시집에 수록되지 않고 남은 시들을 담았다. 여기에 이용악이 1940년대 잡지와 일간지에 기고한 산문들과 당대 문인들이 쓴 이용악 작품론과 윤영천의 이용악론 등 논고를 묶었다.

책 말미에는 작가연보와 참고문헌, 낱말풀이를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용악은 1914년 함경북도 경성에서 가난한 집안의 5남2녀 중 3남으로 태어났다. 일본 조치대학 유학 시절에는 온갖 품팔이 노동을 하면서 학비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와중에도 문학 동인지를 발간하면서 문학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해방 후 서울에서 신문사 기자로 일하고 '조선문학가동맹' 시부 위원 등 좌익 활동에 깊이 관여하다 1950년 체포돼 서대문형무소 복역 중 북한군의 서울 점령으로 석방된 뒤 월북한다.

그는 월북 후에도 꾸준히 시를 썼고 1971년 지병인 결핵으로 생을 마감하는 직전 "조국 통일은 곧 우리 문학이 하나가 되는 그날"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주로 '향토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시에서 빛나는 향토성과 순수성은 식민지 시대 국내외로 흩어진 유랑민들의 비극과 분단의 모순을 온몸으로 껴안으면서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더러는 어디루 갔나 다시 황막한 벌판을 안고 숨어서 쳐다보는 푸르른 하늘이며 밤마다 별마다에 가슴 맥히어 차라리 울지도 못할 옳은 사람들 정녕 어디서 움트는 조국을 그리는 것일까" ('노한 눈들' 중)

"아버지도 어머니도/젊어서 한창땐/우라지오로 다니는 밀수꾼//눈보라에 숨어 국경을 넘나들 때/어머니의 등곬에 파묻힌 나는/모든 가난한 사람들의 젖먹이와 다름없이/얼마나 성가스런 짐짝이었을까" ('우리의 거리' 중)

"누가 우리의 가슴에 함부로 금을 그어 강물이/검푸른 강물이 굽이쳐 흐르느냐/모두들 국경이라고 부르는 38도에 날은/저물어 구름이 모여" ('38도에서' 중)

윤영천은 "한국 근대시사에서 이용악만큼 일제강점기에 대규모적으로 발생한 국내외 유이민의 비극적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또 이를 민족 모순의 핵심으로 명확히 인식, 자기 시에 정당하게 형상한 시인은 드물다"고 평했다.

584쪽. 3만2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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