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다스 실소유주' 조준한 검찰, 철저한 수사로 답해야

입력 2018-02-18 20:17
[연합시론] '다스 실소유주' 조준한 검찰, 철저한 수사로 답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MB)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내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했다는 의혹이 연결고리다. 다스는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받아온 회사다. 그런데 검찰은 이 사건 관련자에게 '제삼자 뇌물죄'가 아닌 단순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제삼자 뇌물죄로 가면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검찰이 증명해야 한다. 반면 단순 뇌물죄에선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 사이의 대가성(직무 관련성)만 입증하면 된다. 그만큼 검찰에겐 유죄 입증이 쉬워지고, 이 전 대통령 측에는 법정 방어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검찰이 실제로 단순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법리적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최종결론은 아니지만, 다스가 MB 것이라는 결론에 상당히 근접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인지가 사법처리의 최대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뇌물 수사에서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이 문제로 유무죄가 갈렸다. 박영수 특검팀은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을 목적으로 이 전 부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출연금을 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면서 관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사안이 그래서인지 이 전 대통령 측도 대납 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8일 보도자료에서 "이 전 대통령 측 요청에 따라 삼성이 다스 소송 비용 40억 원을 대납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미국 소송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 자체를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내용이 언론보도로 흘러나올 때마다 일일이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다스 소송비 의혹을 유난히 민감하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언론에 보도된 소송비 40억 원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가 될 수 있다. 형량이 매우 무겁기도 하지만 도덕적으로도 치명상이 될 것이 뻔하다.

검찰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수서와 진술 내용을 일종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의 사면 등을 바라고 소송비를 대납한 정황, 이 전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이학수 전 부회장이 각각 MB와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하고 승인받은 정황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가 BBK 투자자문에 떼인 투자금 140억 원을 회수하는 데 이명박 정부의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등이 개입한 정황도 있다고 한다. 이밖에 MB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한테 확보한 경리 자료, 다스 창고에서 발견된 MB 청와대 문건 등도 검찰의 심증을 굳히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검찰의 MB 수사는 크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BBK 투자금 반환 관련 직권남용 및 삼성 뇌물수수 의혹 ▲다스 경영비리 의혹 등 세 갈래로 진행됐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해 김 전 기획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공소장에 MB를 '주범', 김 전 기획관을 '종범'으로 명시했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에서 뇌물 혐의에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단순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검찰이 단순 뇌물죄로 간다면 '다스 실소유=MB'를 입증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학수 전 부회장 진술 등 정황증거를 보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향후 검찰 수사가 크게 주목된다. 지금 분위기만 보면 검찰은 MB를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소환 시점과 추후 결정될 처벌 수위는 보강수사의 성과와 진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수사의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미진한 수사결과를 들고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검찰은 수사 이외의 변수에 눈길을 주지 말고 오직 수사결과로 말해야 한다. 그게 정도이고 검찰이 사는 길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