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 신생국 코소보, 분리 독립 10주년 맞아 축제 분위기
세르비아와 관계 개선, 실업난·부패 척결 등 다양한 과제 산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발칸반도의 신생국 코소보가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을 선언한 지 꼭 10년을 맞았다.
코소보는 독립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7일부터 이틀 간 수도 프리슈티나를 비롯한 전역에서 다채로운 기념 행사에 돌입했다.
노란색과 파란색이 섞인 코소보 국기가 나부끼는 프리슈티나 중심가에 군중 수 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도심에서는 패러 글라이더들의 비행과 경찰과 보안병력의 행진이 진행돼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날 저녁에는 프리슈티나에서 독립 10주년을 자축하는 대규모 기념 콘서트가 열리고, 코소보를 현재까지 국가로 인정한 나라의 숫자를 의미하는 115그루의 나무도 심어질 예정이다.
기념 콘서트의 첫 무대는 영국의 팝스타 리타 오라가 장식한다. 그는 코소보 내전 직전인 1990년 코소보에서 출생한 뒤 코소보가 속해 있던 유고연방이 내전에 돌입한 이듬 해,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성장한 인물이라 코소보 현대사와 디아스포라(이산)의 흔적을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진다.
세르비아의 일부이던 코소보는 1998년 알바니아계 반군이 독립을 요구하면서 세르비아에 저항한 것을 발단으로 알바니아계 주민 1만여 명을 포함해 1만3천여 명의 희생자를 낸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세르비아가 주로 알바니아 분리 독립 활동가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이 내전은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가 1999년 5월부터 78일에 걸쳐 세르비아를 폭격하며 가까스로 막이 내렸다. 코소보 의회는 이후 유엔의 보호를 받다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지지를 등에 업고 2008년 2월17일 일방적인 독립을 선포, 세르비아에서 갈라져 나왔다.
현재까지 110여 개국이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승인했으나 코소보를 여전히 자국의 일부로 여기는 세르비아를 비롯해 러시아, 중국, 스페인, 그리스 등으로부터 나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코소보와 정식 국교를 수립하지 않았다.
이날 이비차 다치치 세르비아 외무장관은 "코소보의 독립은 허약한 것으로, 세르비아의 동의 없이는 결론이 날 수 없다"며 "코소보의 독립은 세르비아에 대한 폭력이자, 국제 법질서를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코소보 북부의 미트로비차 곳곳에도 '코소보 점령 10주년', '코소보는 세르비아'라는 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와 나붙는 등 축제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코소보가 EU와 유엔 등에 가입해 제대로 된 나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이처럼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세르비아와의 앙금을 풀고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로 여겨지고 있다.
코소보와 세르비아는 EU의 중재로 2011년 관계 개선 협상에 착수, 양 국민의 자유로운 통행 등 몇 가지 사안에 합의했으나 국경 획정 문제 등 해묵은 갈등에 발목이 잡혀 2년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코소보는 또한 세르비아와의 관계 개선 외에 만성적인 실업난, 부패 척결 등 시급한 과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코소보는 30%에 달하는 실업률, 50%가 넘는 청년 실업률로 악명을 떨치는 탓에, 매년 수 만 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고,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소보 내전 당시 세르비아에 맞선 저항의 선봉에 선 코소보인민해방군(KLA)의 사령관 출신인 라무시 하라디나이 코소보 총리는 독립 10주년을 맞은 이날 프리슈티나에서 특별 정부회의를 주재하며 "코소보는 자유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옹호해왔다"면서도 "그러나 현대 국가를 향한 시민들의 기대가 여전히 충족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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