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목표로 '대북 외교적 관여' 표명한 미 백악관
한미공조 속 최고의 압박 유지하며 '탐색대화→핵동결' 수순 밟나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미국의 대북 접근에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의 평화공세와 남북 간 대화가 국제사회의 제재 모면과 핵·미사일 개발의 시간벌기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던 미 백악관이 13일(현지시간) 기존 최대압박과 외교적 관여를 병행할 뜻을 비교적 명확히 밝힌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타협이 가능하지 않다는 우리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기꺼이 북한에 관여할 의향이 있다"며 '압박과 관여' 병행 방침을 확인했다.
당초 비핵화 의지 표명을 대북 대화의 입구로 강조하며 군사옵션까지 거론해왔던 백악관이 비핵화가 대화 종착지임을 시사하면서 일단 테이블에 앉아 탐색적 성격의 만남을 가질 수 있다며 선결 조건을 걷어낸 것이다.
이는 평창올림픽의 고위 대표단장 자격으로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귀국길에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에서 '북한과의 조건없는 대화에 나설 의지와 평창 이후 남북 대화 지지' 입장을 밝힌 데 이은 것으로 미 정부가 평창 개막 이후 대북 대화에 유연해졌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최대한 압박→비핵화 의지 확인→직접 대화를 통한 관여'라는 기존의 순차적 트랙에서 벗어나 최대압박과 외교적 관여의 동시진행 쪽으로 경로를 옮겨갈 것이라는 대체적인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궤도수정에는 펜스 부통령이 WP 인터뷰에서 밝혔듯 문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단계를 밟지 않는 한, 단지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만으로 경제 또는 외교적 혜택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킨 것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 2차 남북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채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만 벌어줬다고 비판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가 이로써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것이다.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행보를 둘러싼 구체적 시나리오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일단 명시적 전제조건을 달지 않은 미북 간 예비대화를 통한 탐색전에 나서는 데 이어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서는 비핵화를 핵심의제로 올린 뒤 '핵 동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로 이어지는 단계적 로드맵을 시도할 가능성이 먼저 거론된다.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간 채널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이후로 한차례 연기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가 당장 북미 대화의 걸림돌로 떠오를 수 있다.
미 정부가 4월께 군사훈련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때까지 모종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훈련재개와 북한의 도발 등 또다시 대결의 구도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포괄적 해상 차단' 등 미국의 전례 없는 대북 독자제재도 암초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연초 '더 큰 핵 단추가' 있다고 대북 경고를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트위터에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트윗을 올린 뒤 지금까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펜스 부통령으로부터 방한 결과를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대북 문제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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