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인천시 2년여 만에 웃었다…'재정위기등급 해제'

입력 2018-02-13 13:46
허리띠 졸라맨 인천시 2년여 만에 웃었다…'재정위기등급 해제'

3분기 연속 채무 비율 25% 미만, 재정 정상 기준 충족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정위기 주의' 지자체로 남아 있던 인천시가 13일 주의 등급에서 해제돼 재정 정상 단체로 전환됐다.

인천시는 행정안전부가 재정 정상 척도로 삼는 '채무 비율 25% 미만' 기준을 최근 3분기 연속으로 충족, 행안부 지방재정위기관리위원회로부터 주의 등급 해제를 통보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인천시 채무 비율은 2015년 1분기 중 39.9%까지 치솟았다가 작년 2분기 24.1%, 3분기 22.9%, 4분기 21.9%로 계속 떨어졌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인천시 총예산은 10조270억원, 채무는 2조2천448억원이다.

이로써 인천시는 2015년 8월 부산·대구·태백과 함께 재정위기 주의 단체로 지정된 지 2년 7개월 만에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떼게 됐다.

부산시와 대구시는 2016년 5월, 강원도 태백시는 2016년 1월 주의 등급에서 해제돼 재정 정상 단체로 전환됐다.

인천시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재정여건이 우수한 편이었지만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 굵직한 대형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며 재정난이 심각해졌다.

급기야 2012년 4월에는 돈이 없어 공무원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시는 당시 직원 6천여 명에게 지급할 급식비·직책수당·특별업무비 등 복리후생비 2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예정일보다 하루 늦게 지급했다.

채무 비율이 높아 예산편성권 등 재정주권을 중앙정부에 뺏기진 않을까 노심초사한 날도 많다.

채무 비율이 40%를 넘는 지자체는 재정위기 '심각' 단체로 지정돼 40억원 이상의 재정투자사업에 제한을 받는 등 예산편성권에 제한을 받을 수 있는데, 2015년 3월 인천시의 채무 비율이 39.9%였다.

위기감이 증폭되자 인천시는 2015년 8월 '재정 건전화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재정 개혁 정책을 강도 높게 시행했다.

세입·세출·재산관리 부서를 한곳에 모아 재정기획관실을 신설하고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며 누락 세원은 발굴한다'는 철칙을 세웠다.

공무원 연가보상비와 시간외수당, 시장과 국장의 업무추진비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고 행사·축제 경비는 반 토막으로 줄였다.

재정위기 탈출을 향한 절실함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급하는 보통교부세는 최근 4년간 1조8천700억원으로 이전 4년간 합계액보다 약 1조원이 늘어났다.

전국의 차량 리스·렌트 회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여 회사 등록지를 인천으로 유치하며 최근 4년간 1조1천500억원의 등록세를 확보하기도 했다.

하루 이자로만 12억원씩 지출하며 재정 악몽에 시달리던 인천시는 이제는 재정 성과를 시민 행복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른 시·도의 무상급식을 부러운 눈길로 지켜만 봐야 했던 시는 작년 중학교 무상급식에 이어 올해는 고교 무상급식도 전면 시행한다.

대도시로는 이례적으로 올해부터 출산 가정에 첫째·둘째에 상관없이 무조건 100만원씩 축하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인천시민이라면 인천 섬을 오갈 때 여객선 운임을 8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재정 건전화 성과를 바탕으로 원도심 부흥, 미래성장 기반 육성사업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며 "인천은 이제 대한민국 제1 행복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정여건이 개선됐다 해도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4년간 3조7천억원의 채무를 상환했다 해도 산하 공기업 채무까지 합치면 인천은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약 10조원의 빚을 짊어진 도시다.

지역 야권에서는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지하철 2호선 사업 완료로 지출 규모가 줄고 국가 예산 확대로 국비 지원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현 수준의 부채감축은 누구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오히려 더 감축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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