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는 'A4용지 3분의 2분량'…어떤 내용 담겼나?

입력 2018-02-10 21:26
수정 2018-02-10 21:33
김정은 친서는 'A4용지 3분의 2분량'…어떤 내용 담겼나?



문 대통령만 내용 확인…다른 사람은 내용 전혀 몰라

靑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내용은 비공개

방북 초청-남북공동선언 계승 의지 등 포함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0일 자신의 특사이자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이날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 제1부부장은 파란색 파일 안에 든 김 위원장의 친서를 조심스럽게 들고 접견장에 들어섰고,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파일에는 김 위원장이 외교 활동에 사용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직함과 국장(國章)이 새겨져 있었다.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파일을 열어 친서의 내용을 확인한 후 그대로 다시 덮은 뒤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송인배 제1부속실장에게 건넸다.

문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친서의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친서를 읽는 동안 문 대통령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어떤 언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외국 정상이 보낸 친서는 우리 정상만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친서에 담긴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친서의 분량은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크기의 활자를 기준으로 A4 용지 3분의 2 정도 분량으로, 하단에는 김 위원장의 친필 서명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14년 12월 김정은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보낸 친서보다도 분량이 적은 것이다. 당시 현 회장이 받은 친서는 A4용지 1쪽 반 분량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 미뤄볼 때 김 위원장의 친서에는 구체적인 남북 현안에 대한 의견 제시나 획기적인 제안보다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내용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 담겼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김여정 특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6·15 남북 공동선언과 10·4 남북 정상선언의 정신을 이어받고 같은 민족끼리 힘을 합쳐 남북관계의 개선을 이루자는 내용이 친서에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김 특사가 문 대통령에게 구두로 전한 "문재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우리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은 1985년 9월 5일 허담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통해 비밀리에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각하와의 평양 상봉이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는 친서를 전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김정일 전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 우리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2000년 9월 김용순 북한 노동당 비서 일행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이후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을 위해 방남한 김기남 노동당 비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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