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北 예술단 맞은 한반도기 시민 "울컥했다"

입력 2018-02-07 15:28
[올림픽] 北 예술단 맞은 한반도기 시민 "울컥했다"

강릉아트센터서 시민들 환영…일본 등 해외매체 관심



(강릉=연합뉴스) 이웅 기자 = "오늘 리허설 한다는 얘길 듣고 왔는데 조금만 늦었으면 못 만날 뻔했습니다."

경남 김해에 산다는 김 모(50) 씨는 북한 예술단을 응원하기 위해 지인들과 함께 강릉아트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김 씨를 비롯한 10여 명의 시민은 7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오전 리허설을 마친 뒤 점심을 위해 버스에 오르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원들을 향해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홀 입구에서부터 줄을 지어선 경찰의 폴리스라인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자 큰 소리로 "반갑습니다", "많이 춥지 않나요" 등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물었다.

이에 북한 예술단원들 간간이 손을 흔들거나 미소로 화답했다.

시민들의 한반도기 퍼포먼스는 북한 예술단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에 와 있던 해외 언론을 사로잡았다.



김 씨는 일본 방송 매체와의 즉석 인터뷰에서 "같은 민족이고 얼굴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반갑다 하니까 손도 흔들어주고 기분이 너무 좋았고 울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북한 예술단 방문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런 분들도 있지만 환영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많다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답했다.

보수단체들은 전날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호가 동해 묵호항에 들어오자, 인공기와 한반도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사진을 소각하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소동을 빚었다.

하지만 이날 북한 예술단이 찾은 강릉아트센터 주변에선 보수단체의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근처에서 한반도기를 손에 든 채 또 다른 일본 매체와 인터뷰를 하던 문 모(54) 씨는 이날 오전 방남한 북한 응원단에 대해 "2002년에도 같이 응원을 했는데,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것을 경기장에서 느꼈다. 아마 이번에도 공동 응원을 하면서 또다시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게 될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씨는 부산에서 왔다고 했다.

묵호항에 정박한 만경봉 92호는 15년 전인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응원단을 태우고 부산에 입항했었다.



한반도기를 흔들었던 또 다른 40대의 시민은 "이번이 시작이라고 본다. 작은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서 남북이 빨리 화해하고 협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내일도 오겠다. 입장권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입구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환영하고 평화올림픽이 될 수 있게 같이 만들어보자고 응원하겠다"고 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오후 8시 강릉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뒤 서울로 이동해 11일 국립중앙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하고서 귀환할 예정이다.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