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뇌물 공여액 2심서 대폭 깎여…朴-崔 재판 영향은(종합)
朴-崔 뇌물수수 공모관계 인정했지만 뇌물 인정액 36억+ α만 유죄
'승계 작업 부정청탁' 부인하며 영재센터 후원금·재단 출연금 전부 무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지게 된 핵심 공소사실인 뇌물공여 혐의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뇌물로 인정된 액수가 대폭 줄어든데다 1심이 유죄로 인정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은 무죄로 뒤집혀 뇌물수수자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액수가 제한적으로 인정됐지만, 2심 재판장이 지적했듯이 사건 구조나 정황상 뇌물 제공자보다는 수수자에게 더 큰 비난과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여전히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2심 법원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여러 건의 뇌물 관련 혐의 중에서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승마지원을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수뢰 범행을 공모했다고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 측에 승마지원을 강하게 요구하고, 최씨가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 삼성 측도 결국 부응했다는 게 1심과 2심의 판단이다.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뇌물을 받은 당사자가 아니어서 단순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 측 주장에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반드시 신분자인 공무원에게 뇌물이 귀속된다든지, 경제적 공동체 관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경우를 말한다. 공동의 계획에 따라 각자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이행한 정범(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스스로 행한 자)이라는 의미다.
법원이 2심까지 승마지원을 뇌물공여로 인정함에 따라 '동전의 앞 뒷면'과 같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도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재판부가 "이 사건처럼 이른바 요구형 뇌물 사건에서, 특히 공무원의 요구가 권력을 배경으로 한 강요 등을 동반할 때는 공여자보다 공무원에 대한 비난이 상대적으로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만큼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더 무거운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에 더해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은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라고 명확히 지적했다.
다만 1심과는 달리 2심 재판부가 승마지원 뇌물액 상당 부분과 영재센터 후원금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도 유리한 사정이 됐다.
애초 특검팀은 삼성이 승마 지원금과 영재센터 후원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 총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298억원)하거나 주기로 약속(135억원)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이 인정한 뇌물액은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준 용역비 36억원과 마필 및 차량의 무상 이용 이익에 그쳤다.
특히 재판부는 1심이 뇌물공여 혐의의 기초 전제로 인정했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전면 부정했다. 이는 "이 부회장으로부터 어떤 부정 청탁도 받지 않았고, 청탁을 들어준 사실도 없다"는 박 전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최씨를 변호하는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도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결과에 대해 "삼성 측에 씌워진 뇌물 관련 공소사실 대부분이 무죄로 판단났다"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가 피고인 최서원(최순실)에 대한 선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씨의 선고는 오는 13일 이뤄진다.
이 변호사는 다만 "최서원이 박 전 대통령과 뇌물수수의 공동정범이라는 항소심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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