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에 공개된 마식령스키장…北관계자 "스키대여장비 2천세트"
'스키두' 적힌 스노모빌 4대 등 보여…전기는 '원산군민발전소'서 공급
(마식령·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김효정 기자 = 남북 선수단이 이틀간의 공동훈련 일정을 마친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에서는 평일임에도 스키를 즐기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남북 공동훈련 둘째 날인 1일 마식령스키장에서는 북한 주민 50∼100여 명이 가족 등과 초보자 코스에서 스키를 타는 장면이 보였다. 아이들이 단체로 온 팀도 있었고 썰매도 대여 가능했다.
다만 스키를 잘 타는 인원은 비교적 소수로, 대부분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초급자 코스를 올라가 내려오는 모습이었다.
초보자 코스 이용객들은 대체로 익숙하게 스키의 눈을 닦거나 스키를 빌리는 모습이었지만 스키를 잘 타지 못하는 듯 자주 넘어지기도 했다.
반면 알파인 스키 선수들이 사용하는 코스는 선수들의 연습에만 사용돼 선수단이 비교적 편하게 연습했다는 후문이다.
스키장 강습소의 북측 강사 10여 명 등이 이날 오전 알파인스키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기문과 출발대, 피니시 지점, 카메라 등을 설치했다. 경기장 아래에는 대형 전광판이 세워져 경기 영상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경기장은 마식령 스키장 주로 중턱에 위치했다.
이번 훈련은 북한이 '체육 관광 명승지'로 자랑하는 마식령 스키장의 구비 시설을 엿볼 기회도 됐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중요한 치적 중의 하나로 북한이 부각시키는 마식령스키장은 2013년 12월 31일 개장식이 진행된 뒤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스키 대여소에서 만난 북측 관계자는 이 곳의 스키 대여장비가 2천세트 정도 된다고 밝혔다. 스키복을 대여하는 장소에서는 북측 인원들이 파란색과 보라색, 형광색, 주황색, 붉은색 등의 모자와 스키복을 대여했다.
대여 스키복은 '창신' 브랜드로 북한 자체 생산품이라고 하며 스키 장갑에는 '마식령'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북한이 마식령스키장에 갖추고 있는 장비 가운데서는 '스키두'(Ski-Doo)라고 적힌 모터 스노모빌 4대도 있었다. 눈을 다지는 장비차량 1대도 보였다.
북측 관계자에 따르면 마식령 스키장은 4월 중순까지 운영되지만, 지난해에는 4월 말까지 운영됐다. 백두산의 경우 6월 중에도 스키를 탈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 사람들도 많이 (마식령 스키장에) 온다. 제재가 들어와서 그렇지 북유럽 사람들도 오면 굉장히 시설이 좋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개장한 자강도 강계스키장에 대해서는 "하루에 500∼800명 정도 찾는다고 한다. 그 인원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마식령 스키장 전기가 안정적'이라는 취재진의 말에는 원산군민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는다며 "강원도는 전기를 자급자족한다. 그래서 강원도 정신이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관계자들을 상당히 환대하는 분위기였다. "왜 이렇게 오는 게 어려웠느냐"고 묻는 관계자도 있었고, 귀국 때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난 세관 직원은 "하루 가지고 성에 차겠느냐"며 또 오라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한편, 북측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은 신형 감기 바이러스가 돈다고 해서 사람이 죽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북한에는 독감이 별로 유행하지 않는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지만 외부에 알려진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29일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발표를 인용해 북한에서 최근 A형(H1N1) 신종독감이 발생해 어린이 3명과 어른 1명 등 4명이 숨졌으며, 8만1천640명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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