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앞두고 주한 미대사 내정철회…공백 장기화하나

입력 2018-01-31 07:56
수정 2018-01-31 16:03
평창 앞두고 주한 미대사 내정철회…공백 장기화하나



대북 온건파 틸러슨 국무장관이 밀었지만 결국 백악관에 막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낙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임명동의(아그레망)를 승인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정식 부임을 위한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 '이상기류 설'이 심심치 않던 터에 나온 이례적 사태다.

평창올림픽 이후 북핵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차 내정자의 낙마로 한미 간 소통의 핵심채널의 공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싼 우려는 불가피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차 내정자의 지명검토 철회 소식을 전했으며 백악관도 이러한 보도를 확인했다.

다만 우리 정부 측 관계자는 "아직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받거나 확인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차 내정자가 중도하차 한데에는 대북과 무역 등 한반도 및 한국 관련 이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이견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내정자가 지난해 12월 하순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북한에 대한 정밀 타격인 '코피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두고 NSC 관계자들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양자 무역협상을 파기할 수 있다고 '협박'을 가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차 내정자의 지인 두 명도 WP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에 대응하는 방식을 놓고 빚어진 이견이 대사직 지명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재고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지난 몇 달간 진행해온 검증 과정에서 '흠결'이 발견됐으며, 이 역시 대사직 부적격 판단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한 관계자가 익명으로 WP에 전했다. 다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한 고위 관계자가 WP에 "적임자를 찾는 대로 빨리 지명하겠다"고 말한 대로 미 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후임 물색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외교가 내에서는 대안 부재론 등을 들어 공백이 장기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우리 정부 측은 내달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전에 주한 미국대사가 부임하기를 희망하며 그동안 미국 정부 측에 다양한 직간접적 채널을 통해 조속한 부임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파 개입론자'로 알려진 차 내정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12월 백악관에 들어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 북핵 6자 회담의 미국 측 부대표로 활동한 한반도 전문가다. 현재 조지타운대 교수 겸 싱크탱크인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를 맡고 있다.

그는 당초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추천으로 주한대사 후보 물망에 올랐다. 극우파 백악관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 전 전략가가 차 석좌의 지명을 반대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배넌의 낙마로 차 석좌의 내정이 속도를 냈으나 북핵 대처 등을 둘러싼 백악관 강경파와의 이견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차 내정자의 낙마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떠난 이후 1년 동안 이어져 온 마크 내퍼 대사 대리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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