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시중은행 불법 채용비리, 언제나 뿌리 뽑을 건가

입력 2018-01-28 17:42
[연합시론] 시중은행 불법 채용비리, 언제나 뿌리 뽑을 건가

(서울=연합뉴스)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일자리로 꼽히는 시중은행의 채용비리가 또 터졌다. 불합격 대상인 특정 명문대생을 합격시키려고 임원 면접점수를 조작하는가 하면 서류전형에서 꼴찌로 붙은 사외이사 자녀가 임원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11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비리 현장검사 결과 비리 정황 22건을 적발했다. 유형별로는 청탁에 의한 특혜채용이 9건, 명문대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이 7건, 채용 전형의 불공정 운영이 6건 등이다.

한 은행은 명문대 출신 지원자 7명이 불합격 대상임에도 임원면접점수를 임의로 올려 합격 처리했다. 이 때문에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은 임원면접 전 단계까지의 점수로는 합격 대상이었는데도 억울하게 고배를 마셨다. 청탁을 받고 특혜 채용한 사례는 우리은행의 특혜채용 비리와 판박이다. 사외이사와 임직원, 주요 고객의 자녀나 지인 명단을 별도 관리하고 우대 요건을 신설하거나 면접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특별 채용했다. 우리은행은 2016년 신입 150명을 공채하면서 국가정보원·금감원 직원 및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16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뽑았다. 사외이사 자녀가 서류전형에서 다른 지원자와 똑같이 하한선 점수를 받자 두 사람을 모두 통과시켜 결국 사외이사 자녀를 최종 합격시킨 은행도 있었다. 최소한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시중은행 공채 합격 관문을 서류전형 꼴찌가 부모 덕에 어렵지 않게 뚫어냈으니 할 말이 없다. 이 밖에 인사담당 임원이 자녀를 직접 면접해 합격시키거나 사전에 가족관계 정보를 비공식적으로 면접위원들에게 전달해 합격한 전 정치인의 자녀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으며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있으나 일자리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청년 일자리 상황은 역대 최악이라고 한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실업률을 현재 기준으로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청년층 실업자 수도 43만5천 명으로 역시 2000년 이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취업절벽 앞에서는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췄다는 취준생들이라도 희망을 품기가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고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과연 청년 일자리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며 관계부처 장관들을 질타한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드러난 시중은행들의 채용비리는 '청년들의 꿈'을 꺾는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 구직자들이 어려운 취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선망의 직장인 시중은행들의 채용비리 복마전을 바라보는 취업준비생들의 자괴감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강원랜드를 비롯한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터져 나왔고, 금융의 경찰로 불리는 금감원의 채용비리가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에서는 조사만 하면 어김없이 채용비리가 불거졌다. 공정사회와 공정경쟁을 내세우는 정부에서 청년들을 울리는 채용비리를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한 채용비리 정황을 수사기관에 넘긴다고 한다. 수사기관은 연루자들을 철저히 가려내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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