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유입으로 작업 시작 8분만에 근로자 4명 차례로 숨져"

입력 2018-01-26 17:58
수정 2018-01-26 20:32
"질소 유입으로 작업 시작 8분만에 근로자 4명 차례로 숨져"

무전 두절로 이상 확인…포항제철소 사고현장 '질식재해 발생 위험' 구간

안전조치 소홀 의혹 나와…고용부 "철저한 원인 규명, 사고 책임자 엄벌"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최수호 기자 = 2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냉각탑 내장재를 교체하다가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진 외주업체 근로자 주모(26)씨 등 4명은 작업 시작 8분 만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측은 구체적 원인은 단정할 수 없으나 유해가스인 질소가 냉각탑 상단으로 들어가 상부, 중부, 하부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차례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포항지부(이하 포항지부)에 따르면 해당 외주업체 등은 이날 오전 포스코 사고현장에서 유족 등을 상대로 사고 상황 등을 알리는 설명회를 열었다.

포항지부는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냉각탑 내장재 교체에는 외주업체 근로자 7명이 투입됐다고 했다. 숨진 주씨 등이 속한 외주업체 T사 소속 근로자 6명과 또 다른 외주업체 소속 크레인 기사 1명이다.

사고 당일 T사 소속 근로자 6명 가운데 주씨 등 숨진 근로자 4명은 냉각탑 안 내장재 교체를, 나머지 2명은 외부에서 안전관리 등을 담당했다.

내장제 교체를 맡은 주씨 등 4명은 25일 오후 3시 30분께 냉각탑 안으로 들어갔다. 상부에 1명, 중간 부근에 2명, 하부에 1명을 배치했다.

그러나 8분 뒤 외부에 있던 근로자 2명이 크레인 작업을 위해 무전 교신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그 뒤 오후 3시 47분께 주씨 등 4명은 질소로 추정하는 유해가스에 질식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포스코 자위소방대 응급차와 119는 10분 뒤인 오후 3시 57분께 도착했다.

사고 발생 후 포항지부 측은 원청업체인 포스코와 외주업체가 작업 전 냉각탑 안 유해가스 배출 등 기본적 안전조치에 소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포스코가 작업 전 각종 안전조치를 확인한 뒤 안전작업 허가서를 발부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주업체가 숨진 근로자에게 산소뿐만 아니라 유해가스인 질소, 아르곤 농도를 복합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장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숨진 근로자 유족 등도 "작업 현장에 가스가 유입됐지만 이를 알리는 경보음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포항지부 관계자는 "안전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할 '정기 대수리' 기간에 이 같은 사고가 난 것은 포스코 안전관리시스템이 붕괴했다는 방증이다"고 비판했다.

포스코 측은 "안전작업 허가서를 발부하고 투입 전 가스 검지, 산소 농도 확인도 했다"며 "근로자들을 내부에 배치하는 시점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무전에 응답하지 않을 당시 이미 질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구(순도가 낮은 질소를 배출하는 구멍)에서 냉각탑 상부로 연결한 배관은 역류하는 질소 대부분을 대기로 방출하나 일부는 안으로 유입된다"며 "단정할 수 없으나 질소가 상부에서 유입돼 상부, 중부, 하부 작업자 순서로 질식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날 현장 확인 결과 사고현장은 '질식 재해 발생 위험'이 높아 각별한 안전규정 준수가 필요한 곳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Bolt 해체 시 질소누출 위험', 공기농도 등 측정', '지속적인 환기 실시' 등을 적은 경고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 관계자는 "전문가 등과 작업 근로자 조사, 현장 설비 확인 등을 해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있었는지, 안전작업 허가서를 발부했는지, 경보음이 울렸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또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감독반을 편성해 이르면 다음 주부터 포항제철소 전 사업장에서 산업안전 보건분야 특별감독을 할 계획이다.

경찰도 외주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규정 준수 여부와 가스 유입 경로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냉각탑에 가스 유입이 실수로 발생했는지 기계결함 때문인지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이성기 차관은 이날 사고현장을 방문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사고 책임자 엄벌을 약속했다. 필요하다면 광양제철소 모든 공장까지 감독을 확대해 안전보건진단을 병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차관은 "질식 재해는 전형적인 재래형 사고로 재발 방지를 위해 기본수칙 준수 등을 홍보하겠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계기관과 협조해 신속하고 원만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hlim@yna.co.kr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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