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도와줄게" 산재 당한 동포 등친 방글라인 집유 2년
법원 "죄질 무겁고 반성 부족…피해 변상도 안 해"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한국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를 당한 동포에게 도움을 줄 것처럼 속여 돈을 뜯어낸 30대 방글라데시인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17살 무렵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 문화에 푹 빠진 방글라데시인 A(39)씨는 한국 여성과 결혼까지 했다.
2014년 한국 국적 취득 후에는 청주시 흥덕구에 정착, 방글라데시 음식 전문점을 개업하는 한편 이슬람 교회도 운영했다.
그러던 중 A씨의 교회를 다니던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 B씨가 손을 다치는 산업재해를 당했다.
회사로부터 변변한 치료비는커녕 급여도 받지 못한 B씨는 소송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는 B씨에게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이때 한국 물정에 밝은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A씨가 나섰다.
그러나 A씨에게 B씨는 타국에서 만난 동포가 아닌 사기 대상에 불과했다.
2015년 1월께 A씨는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국내에 머물 수 있는 비자를 받게 해주겠다'는 거짓말로 금전적 여유가 없는 B씨에게 750만원을 받아 갔다.
B씨는 그사이 A씨가 아닌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밀린 월급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자 A씨는 이 단체에 있지도 않은 수수료를 줘야 한다며 B씨가 받은 돈의 30%인 830만원을 뜯어 갔다.
A씨는 불법체류 단속에 적발된 친구를 도와달라는 B씨의 요청에 변호사 선임료 명목으로 200만원 받아 챙기기도 했다.
B씨가 뒤늦게 A씨의 사기 행각을 눈치채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A씨는 결국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겨졌다.
청주지법 형사2단독 이성기 부장판사는 25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A씨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이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타국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동포를 대상으로 한 범행이라 죄질이 무겁다"며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피해변상이 완전히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jeon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