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 아동 울리는 과태료…성인 벌금보다 가혹

입력 2018-01-24 17:46
미등록 이주 아동 울리는 과태료…성인 벌금보다 가혹

면제 조항 없어…완납 전 출국 금지로 귀국조차 못해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불법 체류자 신분의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성인 불법 체류자에게 적용되는 벌금보다 가혹한 과태료 처분에 고통받고 있다.

24일 이주와 인권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태어나 미등록 상태로 체류하던 베트남 국적의 7세, 3세, 1세 삼 남매가 외할머니와 함께 고국으로 가기 위해 지난달 12일 김해공항을 찾았다가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 남매가 외국인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과태료 220만원을 부과하고, 완납되지 않으면 출국을 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몇 년 전 추방됐고, 집을 나간 어머니는 소식이 끊겨 지난 2016년부터 외할머니와 함께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남매에게 220만 원이라는 거금은 갑자기 마련할 수 없는 돈이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모는 체류 기간을 넘겨 일하다가 불법 체류자가 됐고, 그 기간에 태어난 아이들은 외국인 등록을 할 방법이 없는 상태라 아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미등록 체류자로 살았다"면서 "부모 도움이 끊긴 뒤 외할머니와 삼 남매가 겪은 고통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주민과 인권연구소는 법이 성인 불법 체류자보다 미등록 체류 이주 아동들에게 더 가혹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인 불법 체류자의 경우 벌금 1천만원 이하를 부과하도록 한 법 조항이 있지만, 위반의 동기나 결과, 벌금 부담능력 등을 따져 벌금 납부를 면제하는 조항이 있다.

2003년부터는 성인 불법 체류자가 자진출국을 할 경우 벌금을 면제하는 조항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17세 미만 아동의 경우는 이런 면제 조항이 없다.

형법상 벌금이 아닌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해 법 적용의 수위는 낮지만, 아동들은 자신들의 잘못도 아닌데도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무엇보다 자진출국을 하려는 상황에서도 과태료가 면제되지 않는다.

베트남 삼 남매는 이후 이주민과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과태료를 84만원으로 감경받고, 인권단체와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과태료를 납부한 뒤 같은 달 16일 겨우 출국을 할 수 있었다.

김 연구위원은 "자진 출국하는 불법 체류자 외할머니는 벌금을 면제해주고 철모르는 삼 남매에게는 과태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라며 "삼 남매는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기 전까지 난방도 되지 않는 집에서 추위에 떨며 지내야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4일 우간다 국적의 5세, 3세, 1세 자매들도 고국으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가 과태료 85만원을 낼 것을 요구받고 출국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간다 자매들 역시 이후 3주간 국내를 전전하다가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이달 6일에야 겨우 출국했다.

이주민과 인권연구소는 "법무부는 부모가 불법 체류자더라도 이주 아동들에게 합법적으로 체류할 기회를 주던지, 출국을 원하면 신속하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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