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창올림픽 참가 협의, 부산AG 합의 준용할 듯
2002년 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 참가 관련 포괄적 규정
개회식 공동입장에는 한반도기…시상식에는 자국기·국가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남북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남북 체육 회담을 열어 북한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제반 문제를 협의하는 가운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19일 "그동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비해 기존 아홉 차례 남북이 공동입장했던 국제 종합대회와 탁구·축구 등 두 차례 단일팀 사례를 참고해왔다"면서 "이번에는 국내에서 열리는 만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사례를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남북 체육 회담의 기본 틀로 부산 아시안게임을 준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부산 아시안게임 개막 한 달여 전인 지난 2002년 8월 28일 작성된 북한 참가 합의서에서는 선수단 규모와 남북 공동입장 때 깃발, 호칭, 단복 형태, 체재비 지원 등이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다.
북한의 대표단 규모는 남북 체육 회담에서 IOC와 협의를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북한에 줄 선수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가 정해져야 임원까지 포함한 대표단 규모도 나올 수 있다.
북한은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 와일드카드를 받을 것으로 보이고,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하는 여자아이스하키에서 출전 엔트리 확대를 통해 추가로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에도 참가를 추진한 출전선수 규모가 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선수 참가 인원이 결정돼야 임원 등 전체 선수단 규모가 정해진다. 개막식 공동입장 때 들 깃발은 지난 17일 평창 실무회담 때 공동합의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한반도기를 사용한다.
부산 아시안게임 합의서에서는 '남북 선수단은 개·폐회식 행사에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입장하며, 선수단 표지판은 코리아(KOREA), 선수단 복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전례를 따른다'고 돼 있다.
공동입장하는 선수단 단복도 부산 아시안게임을 준용해 통일된 복장을 착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상식 때는 부산 아시안게임 때처럼 각각 경기에 출전해 자국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연주하는 IOC 규정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선수촌과 평창 및 강릉 등 도로변에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북측의 국기 게양 문제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헌장과 국제관례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각국의 국기 게양은 IOC가 규정한 참가국의 권리이기도 하다.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의 활동 비용은 IOC 측에서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선수단을 제외한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태권도 시범단, 응원단, 기자단의 체류비는 남측이 상당 부분을 부담할 전망이다.
부산 아시안게임 때는 OCA가 선수단의 비용 부담을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측이 선수단 체류에 따른 제반 경비를 부담한다'고 합의서에 넣었다.
아울러 이번 체육 회담에서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등의 이동 경로와 신변 보장 등 내용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부산 아시안게임 때 선수단은 항공기를 이용해 직항 노선을 이용하고 응원단은 만경봉호를 타고 바닷길로 이동한 반면 이번 평창올림픽 때는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기로 지난 17일 평창 실무회담 때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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