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기업마저 당 입김받나…"간과하기 쉬운 투자변수"
국영기업처럼 간섭할 조짐…일부업체 이미 정부통제에 순응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중국 정부가 IT업계에 대한 통제강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거대 중국 시장에서 당장 이윤을 내는 데 급급한 투자자들이 잠재적인 리스크를 간과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IT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알리바바를 비롯해 텐센트, 웨이보 등 IT 대기업 계열사 지분 1%씩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방침이 알려지자 해당 기업들은 경영권 침해에 대한 불만이 자칫 서방 투자자들의 투자 기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뜻밖에도 서방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의 기업 통제에 따른 위험성보다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과 투자수익이 보장되는 중국 시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SCMP는 전했다.
당국의 IT업계 통제강화 조짐에도 서방의 투자의욕이 꺾이지 않은 데 대해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이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 통에 IT기업과 중국 공산당의 관계에 대해 고민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투자사 GGV캐피털의 한스 텅은 "우리는 중국 IT기업에 대한 투자를 생각할 때 공산당위원회가 얼마나 왕성하게 활동하는지는 잠시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두르지 않으면 전장에서 죽기 때문에 공산당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 년 전 소셜커머스업체 그루폰이 미국에서 유행하자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는 유사 업체 3천여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정도로 중국 시장은 급변해왔다.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의 경영권 통제 움직임에도 여전히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 투자하는 데 따르는 위험보다는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윤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IT기업들은 지난 10여년간 다른 업계에 비해 공산당의 통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중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대부분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이런 이유로 그동안 중국 정부의 관심 밖에 있었다.
바이두(百度) 대변인 출신인 카이저 쿼(郭怡廣) 시니카 팟캐스트 공동창립자는 "인터넷 부문은 분명 (전략 산업부문의) 하나다. 모든 것이 너무 급격히 이뤄졌다. 정부는 그동안 줄곧 따라잡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수백만명의 온라인 이용자들을 거느리는 IT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을 장악할 방안을 두고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결국, 중국 정부는 최근 몇년간 바이두와 시나 등 30여 IT기업에 공산당 조직을 설치하는 등 통제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정부가 IT 기업들의 지분을 1%씩 확보하려는 데에도 이사회 의석과 기업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발언권을 확보해 IT업계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우려와 달리 서방 투자자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일부 IT 기업들은 오히려 중국 정부의 정책에 순응하는 편이 경영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의 통제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분위기다.
중국 자전거 공유업체 오포의 경우 지난해 7월 자사에 공산당 조직을 설치했음을 알리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페이스북도 중국 정부의 통제 강화 정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CEO 마크 저커버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집권 2기 직후 한달음에 시 주석을 접견하러 달려가고 곧 태어날 아들의 이름 작명을 부탁하는 등 중국 정부의 비위를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창사 초기만 해도 중국의 금융시스템을 비판했던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도 시 주석이 중점 과제로 추진해온 빈곤퇴치를 위해 지난해 12월 15억달러(약 1조6천억원) 규모의 재단을 설립했다.
그러나 SCMP는 기업들도 결국은 중국 거대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경영의 독립성을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느냐는 어려운 질문과 마주해야 할 때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카이저 쿼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모든 패를 쥐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그들이 밀어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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