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년 대서양 관계는…주독일·주EU 美대사 여전히 공석

입력 2018-01-12 16:52
트럼프 1년 대서양 관계는…주독일·주EU 美대사 여전히 공석

"오바마 집권 1기 땐 EU 외교 핵심보직 인선에 수개월 소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벨기에에 있는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 자리가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있다고 독일 일간 노이에오스나브뤼커차이퉁(NOZ)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OZ는 미국과 유럽 사이의 이른바 대서양동맹이 도전을 맞고 있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년이 보여줬다는 데이비드 매칼리스터 유럽의회 외무위원장의 촌평을 옮기며 이같이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매칼리스터 위원장은 이어 미국이 기후변화에 맞선 국제사회의 환경개선 노력을 상징하는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하고 이란 핵 합의도 불인정한다고 밝힌 것을 예로 든 뒤 "정치적 차이를 고려할 때 서로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며 주EU 대사를 늦게 임명하는 것보다 빨리 임명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말했다.

유럽의회 녹색당 그룹의 슈카 켈러 원내대표 역시 "여태껏 대사직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유럽과 대서양 관계에 대한 트럼프의 자세를 말해주는 것"이라며 "트럼프 아래 미국은 배타적 민족주의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선 선거운동 때와 취임 초기에 영국의 EU 탈퇴 선택을 잘된 것으로 여기고 EU를 독일 규율을 받는 한시적 클럽 또는 미국 경제를 약화하려는 데 창설 기원이 있는 결사체로 깎아내렸을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심의 집단안보 틀이자 대서양동맹의 기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체제도 쓸모없다고 낮추어본 바 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작년 초 EU에 비판적이고 브렉시트도 지지하는 테드 맬럭 당시 영국 레딩대 헨리비즈니스스쿨 교수를 주EU 대사에 기용하려 저울질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고려한 것이 아니라고 확인돼 없던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1기 땐 EU 외교 핵심보직 인선에 수개월이 걸렸을 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까지 EU 대사로 재직한 오바마의 친구 앤서니 가드너가 "공석 기간이 길어지는 건 백악관이 EU를 얼마나 의미 있게 간주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척도"라고 말했다고도 소개했다.

이와 함께 유럽 최대경제국이자 주요 리더십 국가인 독일 주재 미국대사 역시 공석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고 유럽전문 영문매체 더로컬이 11일 보도했다.

더로컬은 '트럼프 1년 이후의 독일-미국 관계: 무엇이 바뀌었나?' 제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과 무엇을 어떻게 다뤄나갈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열린유럽베를린'의 외교정책 전문가 미하엘 볼게무트는 양국 관계를 진단하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갈피를 못 잡는 건 12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라고 비평하고 "유럽 쪽에서 볼 때 분명해 보이는 건 대서양 관계가 자명한 존재 이유를 잃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볼게무트는 역설적이게도 미국에 더는 의존할 수 없다고 유럽이 자각하면서 유럽인들의 공동행동을 촉진한 것은 유익한 효과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독일마샬펀드에서 대서양 관계를 다루는 크리스티네 베르치나 연구원은 양국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기고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 맞서서 미국이 지켜야 할 이익들을 설정한 건 맞지만, 백악관과 총리실 차원이 아니라 정부 레벨에서 보면 종전처럼 생산적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르치나 연구원은 미국의 나토 공헌에 대한 독일의 우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초기와 달리 어느 정도 누그러졌으며 안보 협력도 예전처럼 지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일의 대미 무역흑자에 대한 트럼프의 말 폭탄도 수그러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워싱턴에서 나오는 발언들이 순화됐다. 그러나 그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유럽에 관심을 두지 못한 데 따른 것일 뿐일 수 있다"면서 "우리는 여름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유럽을 언제 순방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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